"따르릉~ 거기 증권분쟁팀이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 1층에 위치한 시장감시위원회 분쟁조정센터. 이른 아침부터 쉴새없이 걸려오는 각종 투자자들의 민원으로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관련 전산 장애, 상품 판매직원들의 부당권유, 임의매매, 은퇴자금을 모두 날린 투자자들의 한 맺힌 사연 등 주식시장과 관련된 각양각색의 사안이 접수된다.
지난해 6월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이 부서에 합류한 나지수 변호사(사진)의 하루도 눈코 뜰 새 없다. 증권사와 개인투자자들 간 분쟁 조정의 중간 사다리 역할을 담당하고 불공정거래 손해액 감정, 회원사 감리, 소송 지원 업무 대행, 법원조기조정 업무 등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러한 갖은 고충 처리에도 불구하고 나 변호사는 자신의 일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현재 거래소 내 각 5개 부서(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경영지원본부, 시감위)에 13명의 변호사가 흩어져 있다. 이 중 시감위는 6명으로 가장 많다"면서 "갈수록 건전한 시장육성과 투자자보호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힘들지만 각종 민원을 해결한 이후에 투자자들의 격려를 받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물론 애로 사항도 있다. 틈만 나면 악성민원을 들고 찾아오는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뺀다. 전혀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만 펼치는 일부 고객들도 상대해야 한다.
나 변호사는 "증권사 내부 컴플라이언스팀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고객은 거래소 분쟁조정센터로 가라고 직접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직통 전화번호를 안내해 특정직원이 특정증권사 민원전담반이 된 적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독립적인 자기투자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일부 고령의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들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은퇴자산을 일임해 깡통계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원이 다른 지점으로 옮기면 그도 따라가 맡기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투자의 기본원칙은 자기판단.자기책임이다. 주식투자 이전에 스스로 많이 공부하고 판단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투자자보호가 중요시되면서 거래소 불공정거래 업무도 강화되고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실제 오는 9월 개관을 목표로 불공정거래 소송지원센터가 준비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불공정거래 손해액 감정업무가 새롭게 시작됐다.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로 재직 중이기도 한 그는 앞으로 변호사회와 거래소 업무를 접목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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