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눈높이 치안’ 영등포 신풍지구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5 03:17

수정 2014.11.05 12:10

주민안심 치안정책에 따라 야간 순찰 때 방문한 주택에 순찰 사실을 알려주는 '포돌이 톡톡' 순찰카드 제도에 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신풍지구대 정일영 팀장이 야간 순찰 중 한 주택에 카드를 걸고 있다. 사진=정상희 수습기자
주민안심 치안정책에 따라 야간 순찰 때 방문한 주택에 순찰 사실을 알려주는 '포돌이 톡톡' 순찰카드 제도에 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신풍지구대 정일영 팀장이 야간 순찰 중 한 주택에 카드를 걸고 있다. 사진=정상희 수습기자

"주간에 16건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형사입건은 없습니다. 한 여관인데 투숙객이 TV를 들고나갔다고 해서 출동했고, 오전 10시께 고양이 한 마리를 인계해서 동물보호센터에서 나올 때까지 여기서 돌보는 걸로…."

지난 2일 오후 8시30분 서울 신길동 영등포경찰서 신풍지구대의 야간 교대회의에서 주간 근무담당자의 업무보고 내용이다. 업무보고에 이어 정승택 지구대장(경감)은 "오늘 특히 빗길에 순찰차량 운행을 조심하고, 야간자율방범대가 활동하는 날이니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수 있도록 신경쓰자"며 대원들을 격려했다. 교대회의가 끝나고 경찰관들은 주간근무자로부터 장비를 인수한 후 112 순찰차량으로 출동하거나 민원 전화를 받는 등 각자의 임무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 11시쯤 술에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비틀거리는 50대 남성이 지구대 문을 열고 바닥에 드러누우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뒤따라 들어온 택시기사는 욕설과 함께 이 남성을 일으켜 세웠고 이 남성은 "XX, 이거 놔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만취 상태인 이 남성은 경찰관의 제지에도 욕설을 쏟아내면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가방을 집어 던지면서 주사를 부렸다. 그는 "뭔 경찰관이 X같애. 공무집행 XX하고 있네! 처리는 무슨, 니 맘대로 하라고"라며 소리를 지르다 의자에 누워버렸다.

몸을 가누지 못하던 이 남성은 택시기사가 진술서를 쓴다는 말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남성에게서 온갖 욕설을 들은 경찰관은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물 한잔 마시세요"라면서 이 남성에게 접근했다. 동료 경찰관들도 "자면 안돼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며 이 남성을 달래고 있었다. 경찰관들의 이 같은 달램에 격렬히 저항하던 이 남성은 마지못해 참는다는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여기 내가 지금 경찰서에 와 있는데… 이거 받아보쇼"라며 경찰에게 전화를 넘기고는 다시 바닥에 누웠다. 이 남성이 아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택시비를 둘러싼 기사와의 실랑이는 끝났다.

정 지구대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임승차와 모욕죄 등으로 충분히 경찰에 인계할 수 있지만 달래서 귀가시켜 드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동행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까 보셨죠? 그렇게 욕을 먹고도 다 모른 척하고 넘어갑니다. 경찰들이 다 마음이 좋습니다"라는 경찰관의 말이 떠올랐다.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치안 프로그램 도입으로 올해 들어 신풍지구대 관할 지역의 범죄는 지난해보다 30% 줄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풍지구대 관내 대영초.중.고등학교 주변 주택가에는 '학교폭력 예방 안전미소길'이라는 이름의 특별순찰코스가 최근 신설돼 운영되고 있다. 순찰코스를 따라 지구대장 등 경찰 17명이 오후 1시부터 2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하루에 두 차례 순찰한다.

영등포경찰서의 지침에 따라 '포돌이 톡톡' 순찰카드제도 운영되고 있다. '오늘 범죄 예방을 위해 귀댁을 방문하였으며 늘 정성을 다해 순찰하겠습니다'라고 쓰인 고리모양의 안내문을 야간순찰 때 방문한 주택에 일일이 건다.
정일영 순찰제1팀장은 "야간 순찰을 하면서 주민들의 집 앞에 경찰이 다녀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인데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정상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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