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5년간 살인 누명 옥살이’ 41년만에 국가배상 판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16 16:36

수정 2014.11.04 20:02

경찰간부의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누명을 쓰고 15년 동안 옥살이를 한 정원섭씨(77)가 41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국가로부터 26억여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정씨와 가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억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압수사와 고문, 협박 등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당시 경찰관들은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정씨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극한 고통을 당하고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40년 가까이 사회적 냉대를 받아왔왔다"며 "가족들 역시 흉악범의 가족이라는 차가운 시선 속에 동네를 떠나 흩어져야만 했던 사정들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72년 9월 춘천경찰서 파출소장 딸(당시 9세)이 춘천의 한 논둑에서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내무부는 이 사건을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10월10일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경찰은 30여명의 용의자를 불러 수사한 끝에 피해자의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만화가게 주인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정씨는 "사건 당일 피해자가 만화방에 온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검사에게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정씨와 검사의 면담을 몰래 녹음한 뒤 검거시한인 10월10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씨는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해 범행을 부인했지만 강간치상과 살인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는 15년여를 복역한 뒤 1987년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정씨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2011년 무죄를 확정한 재심 판결을 근거로 이번 소송을 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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