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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는 ‘병정개미?’..“아니올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22 15:13

수정 2014.11.04 19:06

기업 경영진에 '눈엣가시' 같던 슈퍼개미들이 '동반자'로 변모하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이슈를 불러 일으켜 단기 시세차익을 취하려는 이들은 더 이상 '슈퍼'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22일 슈퍼개미로 알려진 한세희 씨는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하이트론 지분 3.14%(17만3560주)를 장내에서 추가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분명히 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개인투자자에게 추격매수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의 지분이 기존 20.91%(115만6550주)에서 24.05%(133만110주)로 늘어나면서 하이트론 최대주주 최영덕 사장 측 지분(24.8%·138만9975주)과의 격차가 9865주로 감소했다.
이는 적대적 M&A 의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힌 셈이다.

한 씨가 단기차익을 노리고 하이트론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한 씨의 이런 당부 덕분에 하이트론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이트론은 지난 19일 오히려 주가가 2.88% 떨어졌고 이날 역시 4.68% 하락했다.

앞서 개인투자자가 특정종목의 지분을 대거 매수하면서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을 신뢰할 수 없다"는 식의 경영권 분쟁을 암시하는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운 후 단기차익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이런 사례는 올해만 해도 몇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소액주주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A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소액주주 운동이란 명분으로 회사 측을 어렵게 한 뒤 뒤로는 거래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의결권을 위임받은 한 소액주주 대표는 법원소송을 통해 회계장부 열람권을 요구한 뒤 정작 장부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며 "동시에 뒤로는 자신의 보유지분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지배구조나 재무구조에 약점이 있는 기업을 노리고 지분을 확대한 후 경영권 분쟁 이슈를 크게 부각시켜 단기시세 차익만을 노리는 이들에겐 자금규모와 별개로 '슈퍼'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이들은 투자와 더불어 회사의 향후 장기목표에 대해서 고민하는 개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박영옥 씨다. 박 씨는 지난 2010년 5월 태평양물산 지분 5.35%를 매입했다. 이후 지분율을 16.4%까지 끌어올린 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후 박 씨는 수차례 태평양물산을 방문해 최대주주 임석원 대표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유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건의했고 해외 생산거점 효율화 작업을 제안하는 등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충분히 냈다.

이 회사 매출은 2010년 3000억원 규모에서 2012년 5000억원 대로 올라섰고, 당기순이익 역시 9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1만원에 대에 머물러있던 주가는 4만원까지 상승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회사 역시 박 씨를 경영 파트너로 대접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신주인수권(워런트) 일부를 임 대표 뿐 아니라 박 씨에게도 배정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비단 박영옥 씨 만의 사례는 아니다. 경방의 주요주주 김기수 씨와 쌍용머티리얼에 투자했던 한세희 씨는 주식의 이익을 투자회사의 직원들과 공유했다. "주주들을 위해 땀흘려 일한 근로자들은 별로 얻은 게 없다"는 것이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직원들에 환원한 이유다.

지난해 3월 경방 주주총회에서 김 씨는 적은 유통주식수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여 9개월 후인 같은해 12월 주당 0.2주의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그는 증자를 통해 받게 될 주식의 10%가량인 5000만원 가량을 경방 근로복지기금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한세희 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2010년 쌍용머티리얼에 30억원 가량을 투자해 약 2년 만에 3배 가까운 수익을 내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쌍용머티리얼 주식 10만주(약 2억6950만원)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 1인당 평균 357주씩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지만 그 속에서도 존경할 만한 투자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장사 입장에서도 이런 건전한 슈퍼개미들을 기업 경영의 동반자로 인정할 경우 든든한 원군을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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