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벤처 도전의 현장] 소형 공기청정기 선두주자 ‘에어비타’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24 16:24

수정 2014.11.04 16:48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는 집안일을 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을 반영해 휴대용 공기청정 기를 제조, 국내를 넘어 세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는 집안일을 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을 반영해 휴대용 공기청정 기를 제조, 국내를 넘어 세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49)는 핸드백에 늘 드라이버를 넣고 다닌다. 중년여성이 핸드백 속에 드라이버라. 뭔가 범상치 않다.

"호신용은 물론 아니다(웃음). 예전에는 십자 드라이버, 일자 드라이버 등 크기마다 다른 것들을 세트로 들고 다녔다. 그런데 무심코 비행기를 탔다가 빼앗겼다(또 웃음).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고 느꼈는데 사업을 하면서 더 그렇게 변하더라. 제품들을 보면 뜯어보고 싶어 평소에도 드라이버를 한 개씩은 꼭 갖고 있다."

이 대표에게 '주부 발명가'의 호칭이 그냥 붙은 것은 아니다.

애들을 키우며 집안일을 할 때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다.

하지만 이런 호기심이 그를 여성 기업가로 변신시켰다. 집안일을 하다가 불편함을 느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성공시킨 것은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동갑내기인 이 대표와 한 대표는 업계에선 '단짝'으로 통한다.

2000년 당시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개인회사(2002년 법인 전환)인 '에어비타'를 설립할 때만 해도 이 대표는 단순히 '쓰기 편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기청정기 하면 너무 비싸고 무겁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제품으로 인식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큰 공기청정기를 마루에 꼭 한 대씩만 놓으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 그래서 간편하게 전기 소켓에 끼우기만 하면 되는 초소형 공기청정기와 자동차 시거잭에 꽂는 공기청정기를 내놓게 됐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얻은 역발상을 통해 에어비타의 소형 공기청정기가 탄생한 것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창조경제인 셈이다.

그런데 작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서 기능까지 소홀한 것은 절대 아니다. 에어비타가 내놓고 있는 모든 제품에는 기존 고압방식이 아닌 저압방식에서 전위차(전압)에 의해 다량의 공기비타민을 발생시키는 '복합이온화기술'(AICI)이 적용돼 있다. 이 기술은 현재 대부분의 음이온 공기청정기 제조방식인 코로나 기술을 뛰어넘어 인체에 가장 안전한 살균이온을 만들어내 항균 및 악취제거 등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하루 24시간 사용해도 월 전기료가 100원도 안 되고 필터 교환 없이 물세척만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또 차량용 공기청정기는 180도로 각도 조절이 가능해 시거잭에 꽂아 사용하기 편리하고 이동식저장장치(USB) 포트도 있어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기에도 좋다.

"모든 제품이 추구하는 것은 '사랑'이다. 공기청정기를 통해 내 아이가 자기 방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부하는 것을 볼 때 부모는 행복을 느끼고 그것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딸과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 대표의 사업철학이다.

공기청정기로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파온 이 대표는 지난 2011년, 2012년 큰 고비를 넘겼다. 판촉용으로 나간 제품이 버젓이 온라인 시장에 나와 싼값에 돌아다녀 바이어들로부터 곤욕을 치른 것이다.

사방을 뛰어다니며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일일이 상황을 설명했고, 회삿돈을 들여 시장에 싸게 나온 물건들을 사들이기도 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판로 확대를 위해 해외 전시회마다 뛰어다닌 덕에 올해는 신시장인 페루 등이 추가되어 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가 수출되는 나라가 30개국에 가까워졌다. 올가을부터는 기존 중국시장도 공략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38억원이었던 매출이 올 상반기에만 7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면 당초 목표했던 올 매출 120억원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운이 좋다."

그러면서 발명가 이길순 대표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제품이 그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일단 공기청정기 하면 '대한민국 에어비타'가 되도록 할 것이다.

신제품은 오는 10월께 또 나올 것이다. 아울러 공장을 지금의 본사 옆으로 확장 이전해 기존 공기청정기와는 전혀 다른 제품 출시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혀 다른 제품' 역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해소하되 그의 사업철학인 '사랑'이 듬뿍 담긴 제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고민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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