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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는 비록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매우 우수한 성과와 신뢰할 만한 연구자가 많은 연구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재능 있는 연구자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이를 통해 신경과학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니스 최 박사(사진)는 28일 "KIST 뇌과학연구소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매우 흥분됐고 영광스러웠다"면서 "KIST의 리더 및 과학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돕는 게 내 포부"라고 밝혔다.
데니스 최 박사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 선정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꼽힐 만큼 뇌신경학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학자다.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77년 신경안정제인 '벤조다이아제핀'의 약리작용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고 이듬해 20대 중반의 나이로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약리학 두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밖에 미국 국립뇌과학재단 등이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그는 지난 22일 KIST의 뇌과학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현재 미국 뉴욕주립대의 스토니브룩 의과대학 신경학과장 및 신경과학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앞으로 3년간 KIST 뇌과학연구소장직을 겸직하면서 한국의 뇌과학 연구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재미동포 2세인 그는 이번 뇌과학연구소장직 제의를 수락한 개인적 이유로 "나의 뿌리인 한국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더욱 가깝게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의 할아버지는 상하이 임시정부 설립 멤버이자 임시의정원 초대 의원을 지낸 독립투사 최창식 선생(1892~1957)이다. 최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 황성신문 기자와 오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역사 저술물을 발간했다는 죄목으로 옥살이를 했다. 아버지 역시 1960년대 말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개발 연구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끈 최영화 박사로 이제는 데니스 최 박사가 뇌과학 분야로 3대째 한국 발전에 기여하게 됐다.
그는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충분치 않은 돈과 실험장비, 시간 등의 어려움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해 젊은 과학자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동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KIST 뇌과학연구소에 재직하면서 젊은 과학자들을 힘껏 돕는 게 자신의 역할인 것 같다고 밝혔다.데니스 최 박사는 한국의 뇌과학 연구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기초연구를 지나 다음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뇌 신경과학 분야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신경과학 분야는 기초연구 단계에서 나아가 중개연구 단계로 가고 있어 향후 임상실험을 위한 병원들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커넥토믹스(Connectomics) 연구 분야에서 KIST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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