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노벨상 13’ 프로젝트] (2부·3) 주상현 경기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제언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31 16:33

수정 2014.11.04 12:46

[‘노벨상 13’ 프로젝트] (2부·3) 주상현 경기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제언

창의교육, 창의인재, 창의경영 등 요즘 사회 전반에서 창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 말하고 생각하는 힘이 그야말로 대세인 것이다. 일반인에게 아침식사인 사과가 뉴턴에게는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위대한 발견이 된 것처럼 같은 사물을 보고 다르게 느낄 수 있는 힘이야말로 노벨상에 가까운 과학적 사고의 시작이 아닌가 한다.

노벨상 수상과 같은 위대한 발견의 시작이 언제나 '왜'에서 출발했듯이 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 과학교육의 핵심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과학적으로 상상하면서 온몸으로 과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대로 실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벌써 수십년째 과학탐구를 배우고 있고, 너무나도 좋은 학습법들이 매년 개발되고 있지만, 우리는 시험이라는 문턱에서 다시 암기식 교육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제는 창의력도 하나의 교육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교과서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스토리텔링 방법을 적용, 과학 원리를 발견한 과정과 동기를 이야기식으로 구성하여 과학 원리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것의 한계가 어쨌든 가르쳐야 하고 평가해야 하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교실 속 아이들은 스토리로 가득한 과학책에서 정답을 발견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과학수업이란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이 되어 문제 제기에서부터 실험 진행, 결과 분석까지 능동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실습 위주의 탐구수업은 현재 소규모 영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초원리 이해부터 심층적인 과학적 사고까지 깊이 있는 학문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에서는 다수 아이들을 상대로 연구형 수업방식(researchlike method)을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분명 아무런 과학적 이론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 결과를 정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에게 시험을 위한 정답보다는 다양한 시행착오에서 얻은 과학적 사고력이 더 값진 보석이 아닐까?

올바른 교육습관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 과학을 탐구하고 몸으로 깨달은 아이가 커서 과학의 이론을 접할 때 단순히 암기과목으로 여기는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에는 실험 위주의 탐구학습으로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학생 때는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면 과학은 절대 지루한 과목이 될 수 없다.

이런 단계적 수업이 가능하려면 초등학교 시절만이라도 점수 없는 과학교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교육학자가 우리는 모두 태어났을 때부터 탐구가였음을 강조한다.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이 지나면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아이들의 과학적 상상력은 날개가 꺾여버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결국 평가라는 족쇄가 아이들을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세상을 바꾼 사과들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사과를 만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것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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