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거침입 강제추행 강간죄와 동일처벌...합헌”

다른 사람의 주거지에 침입해 강제추행죄를 저지를 경우 강간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모씨가 성범죄처벌특례법 제3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한정위헌)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재판관 다수가 한정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선언 정족수인 6명에 이르지 못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정미,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통해 "주거는 사생활의 중심으로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 연관이 있어 그 불가침이 보장되야 인간행복의 최소조건을 지킬 수 있다"면서 "자기주거에서 성적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면 그 피해는 보다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의 주거에서 벌어진 성범죄가 가족이나 배우자 등이 목격하는 가운데 행해진 경우라면 가정파괴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입법조치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은 반대의견(한정위헌)을 통해 "추행죄는 강간죄에 비해 훨신 경미한 사례도 포함할 수 있고 이를 감안해 입법자는 강제추행을 강간과 구별하고 있다"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도 주거침입을 통해 행해진 경우 강간과 같은 형에 처하도록 한 것은 형벌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지난 2011년 6월 대전 월평동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집까지 뒤쫓아가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6년과 정보공개 10년, 전자발찌 10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도중 최씨는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를 강간죄와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중한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 및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e-mail]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