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슈퍼개미, 주식 대신 ‘비과세 상품’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09 17:02

수정 2013.08.09 17:02

"시장이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슈퍼개미'라고 별 수 있나요, 그나마 투자에 나서는 고객들도 비과세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거센 불황이 불어닥치자 수십억을 굴리는 초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부분 증시지갑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현금 보유를 통해 주식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부 투자에 나서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도 채권이나 절세상품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CMA.예탁금 60조 육박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고는 각각 41조9709억원, 17조9239억원으로 약 60조원에 달한다.
이는 올 초 59조2165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지만, 지난 4월과 6월 투자자예탁금이 20조원에 육박하던 때와 비교해서는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 주변 대기자금 성격이 과거 '창고'의 개념에서 '비공개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과거에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주변으로 꼽히는 CMA, 머니마켓펀드(MMF), 예탁금 등에 몰리며 주식투자 기회를 엿봤지만 최근에는 현금보유 등을 통해 세제회피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박천식 계량분석 팀장은 "과거 가령 주식을 팔고 예탁금으로 남아있던 자금이 최근에는 투자환경의 발달로 또 다른 수익을 좇기 위한 총알로 비축되고 있다"며 "점차 수익이 나지 않는 금융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세금에 대한 혜택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매수시점이 아니면 자금 노출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 영업부 신영희 금융포트폴리오전문가(PB)는 "최근 10%대 고수익을 노리는 고객들은 사라지고 없다. 다들 은행 금리에 약간의 추가수익을 바라는 정도"라며 증시불황에 따라 투자성향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자들 여전히 절세상품 사랑

이러한 상황에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는 주식이 아닌 채권이나 비과세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 글로벌 각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증시가 힘을 못 받는 상황이 지속되자, 위험 상품보다는 내년 과세표준유지를 위해 보험이나 즉시연금 같은 비과세 상품에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SK증권 영업부 PIB 센터 김춘석 부장은 "증시가 호황일 당시 고액자산가들의 주요 투자처는 해외 원자재 펀드 중심의 간접 상품이었다"며 "최근에는 채권이나 기타 비과세 상품에 돈이 몰리면서 주식시장에 돈이 마르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투자에 나선 일부 큰손 투자자들 역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지점 상황을 보면 보수적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과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고객 비중이 7대 3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전자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헬스케어 관련 주식이나 미국 중소형주에 투자하지만 후자의 경우 제약주 같은 테마주나 대형 우량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일 '2013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에 따르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 초과(상위 소득 28%) 근로소득자 434만명이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박종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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