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강재순기자】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내 에스피하이테크㈜ 공장 내부 한쪽 벽면에는 '미국석유협회(API)의 5LD 국내 최초 인정'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붙었다. 고부가 이종육성용접기술로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고기능 파이프와 플랜지 등 각종 산업 부품 및 설비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인 에스피하이테크는 아시아권 국가 중 4번째, 세계에선 39번째로 API로부터 기술을 인증받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종육성용접 분야 글로벌 기업
석유 유체 등 파이프라인 등에 서로 다른 소재를 녹여 붙이는 작업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내압성, 내마모성 등을 강화할 수 있어 해외 선진기업들이 주도해온 이종육성용접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작은 기업이지만 이번 인증을 통해 세계 속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지나는 원유나 가스 등의 유체들은 높은 압력을 갖고 있고 독성을 내뿜기도 해 파이프는 압력에 강하고 마모되거나 부식되지 않는 특수소재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내압성과 내마모성 등을 지닌 소재는 가격이 비싸 유체가 닿는 부위만 특수 소재를 쓰고 나머지는 저렴한 소재를 써서 파이프를 만들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이종육성용접이다.
이종육성용접기술은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모든 산업분야에 쓰이는 파이프라인은 물론 해양플랜트, 원자력 열교환기, 압력용기 부품, 중공업분야, 석유화학 등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이종육성용접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분야의 시장도 커지고 있다.
■성장 잠재력 '무한대'
정장식 에스피하이테크 대표는 지난 1998년 부산 감전동에 신원정공이라는 철구조물 제조업체로 시작한 후 틈틈이 더 새로운 기술력을 접목한 블루오션 아이템을 찾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6년 유럽에 불고 있던 이종육성용접 분야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매료돼 지금의 녹산공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이 분야 기술개발과 노하우 축적에 전념했다.
이종육성용접 기술을 적용할 경우 30~50%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당시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업체들이 이 분야의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국내에도 일부 이 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지만 기술력의 차이는 물론 영세한 시설,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세계시장 진출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술력의 차이는 두 소재를 얼마나 잘 붙이느냐는 부분과 균열 등 결함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으로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소재인 용접모재와 용접봉을 아크용접으로 접합시킬 때 용접봉을 녹이는 온도, 모재의 예열 온도, 아크용접 방식 등을 소재의 종류와 조합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는 게 핵심기술이다.
■올 매출 목표 100억원 달성 무난
정 대표는 "이종육성용접 분야 기술력은 이미 유럽의 선도기업들을 따라잡았고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며 "사실상 올해가 회사의 제2 고도성장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피하이테크는 관련분야 특허 3건은 이미 등록한 상태며 2건은 출원 중이다.
정 대표는 "부설연구소에서 더 나은 이종육성용접 기술과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린 에스피하이테크는 올해 매출목표액을 지난해보다 42% 늘어난 100억원으로 잡았다. 이미 올 상반기에 목표액의 절반인 50억원을 넘었고 수주액도 이미 40억원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어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현재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 6개국에 수출길을 열었다. 현재 30%에 불과한 수출비중과 전체 수출액은 해외시장 공략 확대로 크게 신장될 전망이다. 더불어 그동안 관련 제품 수입에 의존해온 현대건설과 현대, 삼성, 두산, 효성중공업 등 국내기업에도 상품을 독점 공급하면서 성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에스피하이테크는 나아가 현재 이종육성용접 자동화장비를 개발하는 정부 과제 2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신흥개발국가를 주 타깃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나아가 부산시 등이 지원하는 해외박람회나 무역사절단 등에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사업영토' 확장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강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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