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온 여행객들에게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은 이국적인 낭만과 매혹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대부분 시간의 퇴적(堆積)이 만들어낸 낯선 풍경들 때문이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이 되는 그곳에서 문득 비현실적인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젊은 작가 박승훈(35)이 낯선 도시의 흔적을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한 '트래블 로그-이스턴 유럽(Travel Log-Eastern Europe)'전을 열고 있다. 오는 9월 21일까지 서울 이태원동 표갤러리에서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주유(周遊)하며 얻은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우선 16㎜ 영화용 필름으로 여행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후 수백 컷의 필름을 모자이크처럼 이어붙여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파편화된 작은 이미지 조각들에 의해 재구성된 낯선 도시의 고즈넉한 풍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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