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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자본력’에 눌린 오바마, 서머스 통해 금융개혁 막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01 17:21

수정 2014.11.03 16:48

‘월가 자본력’에 눌린 오바마, 서머스 통해 금융개혁 막나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임명과 이른바 '도드-프랭크법'을 비롯, 금융개혁의 적용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FRB 의장으로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취하려는 이유가 앞서 대선공약으로 내건 금융개혁을 지키지 않기 위기 위해서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국민 사기극', 음모론이다. 도드-프랭크법에는 스와프시장, 주택담보(모기지), 소비자금융상품 등과 관련한 수백개의 신규 법안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개혁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월가가 꺼릴 만도 하다.

■오바마, 서머스 고집하는 이유

이 같은 주장은 오바마가 차기 FRB 의장으로 선호하는 서머스가 과거 금융규제를 완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의 실마리를 제공한 장본인이란 비판을 받는 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이 같은 전적과 더불어 월가에서의 서머스의 오랜 경력이 그 같은 주장의 근거다. 골드만삭스 출신 관료인 서머스가 차기 FRB 의장이 되면 도드-프랭크법을 비롯,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데 오바마 행정부가 더욱 지지부진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당 소속의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오리건)을 비롯,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들은 앞서 서머스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월가 금융기관들을 위해 금융규제 완화에 나서는 바람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차기 FRB 의장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등 은행들의 규제 강화에 주력해야 될 것"이라며 "그러나 서머스는 월가와의 개인적 관계로 인해 이와 같은 책임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NYT는 "현재 차기 FRB 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도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경우 월가에서 쌓은 경력이 가장 많은 데다 축적한 재산 규모 또한 가장 크다"며 임명 과정에서 그의 재산 공개가 이슈로 부각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그간 금융개혁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도 지지부진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만 5년이 됐으나 법안의 적용은 내년 7월로 미뤄졌다. 이마저도 월가의 은행들이 볼커룰(자기자본으로 하는 위험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의 반발로 하부 규정 마련에 늦어지면서 실제 시행에 들어간 부분은 40%에 그친다. 역시 월가가 변수였다.

■오바마, 월가에 비굴한 이유

오바마가 월가에 유독 나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의 자본력이 무서운 줄 알기 때문이다. 월가는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대통령에게 유일한 정치적 백그라운드가 돼 줬다.

미국에선 사실상 선거자금 모금액이 지지율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정계에서 정치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일정한 제한이 없다. 유권자들이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슈퍼팩(Super PACs)'과 같은 단체를 꾸려 특정 후보를 위한 정치자금을 무제한으로 끌어모으는 것도 '표현의 자유'로 간주된다. 미 선거에서 선거자금은 곧 지지율이고, 미 대선은 결국 돈싸움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자금 모금의 주축 세력은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월가의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을 꼽을 수 있다. 오바마는 이렇게 월가를 등에 업고 지난 2008년에 이어 2012년 두 차례 연속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2011년 오바마가 월가를 두려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온다. '반(反) 월가 시위'가 거세게 몰아쳤던 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월가가 국민의 혈세로 회생한 뒤 온갖 사회경제적 특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게 서민들이 시위를 일으킨 배경이다. 당시 오바마는 월가를 '살찐 고양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서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 월가 행렬에 편승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끌기 위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금융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월가를 희생양으로 쓰겠다는 계산에서였다.

뒤이어 오바마에 대한 월가의 보복이 이어졌다. 지난 2008년 오바마 대선 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하고서도 되레 금융개혁 폭탄을 맞게되자 공화당으로 실탄을 몰아준 것이다. NYT에 따르면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반 월가 시위 이후 모간스탠리와 헤지펀드인 하이브리지 캐피털 매니지먼트,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등 월가 투자은행들로부터 받은 선거자금이 150만달러에 이른 반면 오바마는 27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버냉키, 서머스와 같은 '골드만 라인'을 배출해 낸 골드만삭스는 이 기간 2008년 당시 오바마에게 100만달러를 내줬으나 반 월가 시위 이후엔 롬니에게 오바마보다 7배가량 많은 선거자금을 지원했다. 반 월가 시위 이후 롬니와 오바마가 월가로부터 거둔 선거자금은 각각 35만달러, 4만5000달러로 추산됐다.

NYT는 이들 금융사가 지난 2008년 당시 오바마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헌납했던 장본인이었던 만큼 이는 오바마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후 NYT는 2013년용 선거자금 확보에 다급해지자 오바마가 뒤늦게 월가 껴안기에 나섰다고 풍자했다.

뒤이어 오바마는 6월 한 달간 월가를 방문, 유명 식당에서 금융사 및 헤지펀드 임원급을 대상으로 선거 지지 및 선거자금 기부를 호소해 관심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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