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런민대 재정금융정책연구센터 왕창윈 센터장(금융전공 교수)은 "현재 중국 신정부가 처한 경제 상황은 과거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시행했을 때보다 더욱 어렵다"면서 "양적 팽창의 여러 문제에 직면한 중국 경제의 앞날이 새로운 경제개혁 수단으로 삼은 도시화 정책에 따라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심각한 지방부채, 그림자금융(섀도우뱅킹), 부동산 거품, 소득 불균형 등 양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도시화정책을 통해 해소하고 조세,토지, 금융 등 여러 경제체제를 개혁하는 등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했다.
왕 교수는 지난달 27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11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 기조연설 직후 신흥국 경제위기와 그 중심에 있는 중국 경제 현실 및 정책방향 등에 관한 주제로 중국 재정·금융 전문가인 유호림 강남대 교수와 대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왕창윈 교수와 대담 내용.
―현재 일본과 미국 등 몇몇 선진국에서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에 관해 한국에선 양적완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견해와 아직도 지속해야 한다는 견해 등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본과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양적완화 정책 종료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 특히 아시아 신흥국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해달라.
▲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정책 결과를 평가하는 때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앙은행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책목표, 즉 경제성장과 통화팽창을 위해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신흥국가의 경우는 양적완화정책으로 인해 선진국의 환율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로 인해서 많은 자금, 특히 핫머니들이 신흥국가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현재 신흥국가의 문제는 이처럼 유입된 핫머니를 포함한 자금들이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종료되는 경우 시장에선 단시일 내에는 신흥국에 유입됐던 대규모 자금들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에선 많은 자금유출 문제가 발생해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출중심의 국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 국가의 경기가 회복되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시간들은 매우 고통스럽게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 리스크와 시진핑 정부의 거시경제 및 재정·금융정책 방향은.
▲ 새로운 중국 정부가 처한 상황은 과거보다 더욱 어렵다. 중요한 원인은 과거 중국 중앙정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 투자 과열과 경제가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는 문제를 초래했다. 더불어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많은 산업과 업종에서 생산과잉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의 신정부가 당면한 첫 번째 중요한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민간경제에 자금이 조달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특수한 금융체제하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국유은행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흘러들지 못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는 파산 지경에 빠져있는 곳도 있다. 또 다른 정책수단인 화폐정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확장적인 화폐정책을 집행하게 된다면,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신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매우 명확하다. 앞으로는 대규모의 재정정책은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며, 도시화를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선택했다. 중국의 중앙정부는 도시화정책을 통해 토지, 지방 재정, 재정 조세, 금융, 투자, 융자제도 등 여러 경제체제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추진해나간다면 과거의 재정확대로 경기회복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질적인 성장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료보험과 사회보험의 확대를 의미하는 도시화정책이 수입분배의 불균형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최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중국의 지방정부 부실채권문제와 그림자금융에 대해 우려하고 향후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 사실 부실채권, 그림자금융 문제의 배후에는 부동산의 거품에 있다. 만일 부동산에 거품이 끼지 않았다면 지방정부의 부실채권문제와 그림자금융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자금융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대부분 신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신탁은 어찌됐든 제도권 내의 제도이므로 이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부실채권문제는 그 규모와 발생과정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은 사회간접시설에 투자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수준이 매우 낮다. 이뿐 아니라 대부분 장기투자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최근 몇몇 지방정부는 신채를 발행, 구채를 상환하는 등 일종의 돌려막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규모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정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개혁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지방관료들의 승진방식과 분세제(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징수한 조세수입을 일정 비율로 분배) 시행에 따른 지방정부의 구조적인 재정부족 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 올해 중국에선 대출금리자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있다. 이에 대해 한국도 관심이 많다. 향후 금리 자유화의 대략적인 시간표와 단계별 예상되는 개방수준을 전망한다면.
▲ 이자율 시장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그렇지만 최근에 와서 이를 새롭게 추진하게 된 배경은 중국의 그림자금융 및 사금융시장 등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경제가 발전한 지역인 남방에선 민간대출시장과 섀도우 뱅킹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는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큰 시각에서 본다면 이 또한 이자율시장화 과정의 한 부분이다. 또 현재 은행에서 팔고 있는 각종 이재상품(고금리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예금이자율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이자율제도에 대한 감독관리는 그다지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자율시장화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아마도 첫째, 대출이자율을 자율화한 후 예금이자율을 시장에 맡길 것이다. 둘째, 단기이자율을 먼저 시장화한 후 장기이자율에 대한 자율화를 추진할 것이다. 셋째, 외환에 대한 이자율을 먼저 자율화 한후 위안화에 대한 시장화를 추진하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 한국의 많은 금융기관들이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지만 여러가지 규제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금융개방정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언급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외자계에 대한 지분제한 완화, 합작방식 및 심사허가 등을 포함해 중국 정부의 금융개방정책에 대해 설명해달라.
▲외자금융기업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세계무역기구의 양허안에 따라 금융시장의 개방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외자금융기구가 중국에 진입하는 때에 어떠한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며, 여전히 제한적인 규정을 둘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금융시장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의 경우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에서 관리감독을 시행하고 있는데, 증감회와 많은 접촉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증권업은 외국인의 투자가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적격기관투자가(QFII)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능한 빨리 허가를 내주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IB(투자은행)의 경우, 국내든 국외든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전세계의 거의 모든 투자은행들이 중국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증권 및 선물분야에선 이미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관련 업계가 IB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허가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 최근 한국의 증권회사들 중 상당 수가 중국의 파생상품과 자산유동화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사실 한국에는 중국의 파생상품이나 자산유동화에 대한 전문가가 거의 없어서 현황을 잘 모르고 있다. 현재 중국 실무계의 파생상품거래와 자산유동화거래의 동향 및 상품개발 추세와 관련 부문의 정책동향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
▲ 현재 장내파생상품은 중국의 4대 거래소(대련, 상해, 정주의 상품선물거래소와 상해 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은행의 창구에서 거래할 수 있다. 거래규모는 대략 세계 5위권 수준이다. 대련과 정주에선 주로 농산품 선물이, 상해와 대련에선 철강, 구리 등의 원재료가 주로 거래되고 있다.
상해금융선물거래소의 구체적인 상품으로는 지수선물이 있는데 이 곳에서만 거래가 가능하고 참여자에 대해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 특히 거래는 개방돼 있지만 현재 펀드회사, 증권회사, 국유은행 등은 지수선물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중앙정부는 아직까지 대외개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상해금융선물거래소에선 국채선물상품과 외환선물상품 등이 모두 만들어져서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채선물의 경우 이자율시장화와 함께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시기는 단정짓기 어렵다.
에너지와 관련된 상품선물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에너지시장은 가격시스템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관련 파생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 관련 상품선물이 상장된다면 원유-천연가스-정제유의 순서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해선물거래소에서 시범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물시장의 개방과 관련해선 금융선물시장보다 상품선물시장이 우선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선물회사 등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자본시장업계의 경우, 같은 동양인으로서 관습과 생각이 유사하므로 향후 중국의 선물시장에서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의 고위층은 여전히 파생상품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막연히 리스크가 큰 상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의 국유기업은 현재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박종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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