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목된 원전비리와 관련, 검찰이 현재까지 43명을 구속 기소하고 54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설치된 원전비리수사단은 수사착수 105일 동안 모두 97명을 기소한 것을 골자로 한 중간수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지난 8월 7일 중간수사 상황 발표 때와 비교하면 전체 기소 대상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구속 기소 대상자는 19명 늘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원전비리는 평사원부터 최고경영자는 물론 정권의 실세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 전 사장 등 기소
검찰은 인사청탁.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3)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던 지난 2010년 3월 여당 고위당직자 출신의 브로커 이윤영씨(51)로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처리설비 공급과 관련해 한국정수공업의 납품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박 전 차관은 또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으로부터 원전정책 수립에서 한수원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원전비리 수사 결과 김 전 한수원 사장과 이종찬 부사장(57) 등 최고위층으로부터 일선직원에 이르기까지 부패가 만연해 있었다며 기소된 전.현직 직원만 2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기소는 피했지만 징계대상에 오른 직원도 21명에 달한다.
■사장부터 평사원까지 비리 만연
범죄유형은 크게 시험성적서 등 품질보증서류 관련 비리와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한 뇌물.청탁, 한수원 내부인사 관련 비리 등이다.
시험성적서 등 품질보증서류 위조와 관련해서는 모두 57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22명은 구속됐다. 품질보증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부품은 '제어용 케이블' 등 모두 47개 부품에 달하고 적발된 업체만도 JS전선과 새한TEP, 한전기술 등 모두 9곳이다.
심지어 수입되는 부품을 국산화했다며 '국가품질명장'까지 따냈지만 실제로는 수입된 부품을 빼돌려 다시 납품한 것으로 드러난 사례까지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시험을 거칠 경우에도 안전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데도 촉박한 납기를 맞추거나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시험성적서 등을 위·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다행히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정도의 불량부품은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관계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자문을 구했다며 '제어용 케이블'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은 원전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문제가 있는 제품은 모두 교체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납품계약 비리와 관련해서는 김 전 한수원 사장 등 3명을 비롯해 17명이 구속기소됐고 박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18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LS전선 등 5개 전선업체가 신고리 3.4호기 케이블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적발돼 관계자는 기소되고 업체는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김 전 한수원 사장은 인사비리와 관련해서도 직원 2명의 승진청탁과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이 밖에 인사청탁을 위해 금품을 수수한 전 국정원 직원 윤모씨 등 4명이 구속됐고, 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원전비리 수사단을 계속 유지하면서 수사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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