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노벨상 13’ 프로젝트] (3부·4) 인문학을 사랑한 IT천재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12 03:41

수정 2014.11.03 14:02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어린 시절부터 인문학, 고전, 철학, 심리학 등에 관심이 많은 다재다능한 천재들이었다. 잡스와 게이츠는 대학을 스스로 그만두기 전까지 전공으로 각각 철학과 법학을 선택했다. 잡스는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고전과 인문학의 마니아였다. 애플의 상징인 한 입 깨문 사과 로고가 창세기에서 이브가 처음 사과를 깨물어 인류의 첫 생각의 시작이 됐다는 깊은 종교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세계 최대 갑부인 게이츠 회장의 경우 지난 1973년 하버드대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념키 위해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5년 자퇴했다.

또한 세계 최연소 갑부인 페이스북 창시자인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입시 원서에 영어 말고 읽고 쓸 줄 아는 언어로 프랑스어,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를 꼽았을 정도로 서양 고전에 해박하다. 저커버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탐독했다. 그는 컴퓨터공학과 함께 심리학을 전공으로 삼았다.
저커버그는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지만 그의 성공 이면에는 풍부한 인문학 지식이 있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페이스북 본사 사무실 복도에는 '우리는 기술회사인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저커버그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기술을 완성한다고 본 것이다.

타임은 그에 대해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지 않으며 더욱더 그 안으로 묻혀 버리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깊은 통찰력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인이 된 잡스를 이을 정보기술(IT) 영웅으로 저커버그를 꼽았다. 심지어 잡스조차도 생전에 저커버그를 존경한다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 세 명의 천재들은 결국 윈도, 스마트폰, 페이스북 등 인류의 문명을 바꿀 세기의 발명을 해냈다.

국내에선 잡스, 게이츠, 저커버그 같은 인물을 배출해내기 위한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이들 세계적 천재의 성공스토리와는 많이 다르다. 공교육에서 이뤄지는 초·중고 영재교육은 과학과 수학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자녀들의 과학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부모들은 영재교육을 소위 명문대학 보내기의 사전단계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영재교육반 지도교수는 "영재교육반이나 과학고가 명문대에 입학하거나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코스로만 여기고 있다. 이로 인해 영재와 거리가 먼 아이들까지 영재반에 등록하려는 비정상적인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재교육이 과학과 수학의 선행학습 수단처럼 된다면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창조교육은 희망사항에만 그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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