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나란히 학사모를 쓴 정준화씨(67), 추동균씨(20)는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와 관광레저경영학과를 졸업하며 이번 학기 최고령, 최연소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47세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향한 노력과 열정은 닮았다.
하얀 가운이 잘 어울리는 정준화 씨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34년간 도봉구에 위치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에서는 인상 좋은 의사 선생님으로 유명한 그가 이미 시집도 출간한 시인이라는 것을 아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정씨는 "십여 년 전부터 동호회 등에 참여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등단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밟지는 않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여러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죠.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시인이라고 나서서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사이버대에 진학한 이유를 설명했다.
좁은 진료실 안에서 반복되는 생활, 정준화 씨에게 시는 새로운 삶의 활력소였다. 조금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난 2010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3학년 편입을 결정했다.
정씨는 "병원 일을 병행하며 수업을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중간에 휴학도 자주해 근 4년 만에 졸업을 하게 됐죠. 그래도 대학생활 동안 좋은 강의를 들으며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어 제게는 시에 대한 기본기를 정리하고 시를 쓰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를 쓰며 노년을 보낼 생각이라는 정씨는 졸업과 함께 시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서 조금 벗어나 자유롭게 시를 써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씨는 "공부를 하다 보니 시 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인문, 철학 수업을 들으며 조금 더 공부해 좋은 시를 써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 천천히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이전처럼 조금 더 쉽게, 자유롭게 시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소 졸업자인 추동균 씨 역시 지난 2011년 한진관광에 입사해 인천국제공항 내 대한항공 환승여객 파트에서 일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지난 2009년 만 16세의 나이로 검정고시를 치른 추동균 씨는 이듬해 2010년 만 17세에 인하공업전문대학 관광경영과에 진학했다. 당시 대학에서도 개교 이래 최연소 입학·졸업을 기록했다. 추씨는 "어린 나이에 홀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조언이 제게 큰 힘이 됐다. 공부만 강조하시기보다 여러 길을 알려주시며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제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글로벌시대에 맞춰 발전 가능성이 큰 관광·여행업계에 관심을 갖고 전공 공부를 해온 추씨는 지난 해 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경영학과로 편입해 학업을 이어갔다. 바쁜 업무에도 학교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아 우수한 성적으로 3학기 만에 조기졸업 하는 성과도 얻었다.
어린 나이지만 추씨는 자신의 삶에 확고한 기준과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그에게 공부는 꿈을 갖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업무 특성상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기본적인 외국어 능력이 요구됩니다. 어학 공부는 물론 내년에는 경희대 관광대학원 진학해 전문지식을 조금 더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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