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외자, 밀물 썰물 모두 경계할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24 16:54

수정 2014.11.03 11:22

외환시장은 24일 하루 내내 뒤숭숭했다. 외국인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오자 정부가 경계경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경계경보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내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정부가 직접 액션에 나서는 긴박감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자동차, 정유, 중공업 등 6~7개 주요 수출입업체 재무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급속한 외자유입 등에 따른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수출입업체까지 쏠림에 가세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긴장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걸까.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단기적으로 호재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교란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조심하는 마음 그대로 급속한 외자유입은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모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다. 들어오는 돈이 다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은 바로 원화 강세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달러저(低) 원고(高)는 물론 엔저·원고도 우리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한국 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을 믿고 외국 돈이 들어오는 것은 반갑지만 수출에 저해요인이 되면 반갑지 않다. 이미 외국인 유입자금 규모는 한 달 사이 8조2000억원을 넘고 있다. 달러나 엔 대비 원화가치 상승도 8개월 만의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밀물 때도 문제지만 자금이 빠져나가는 썰물 때는 더 위험하다. 금융시장은 교란되고 펀더멘털마저 훼손된다. 대외 신인도는 추락한다. 만약 유입자금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가 많다면 문제가 커진다.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 당국이 유입자금의 성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급속한 돈의 드나듦에서 의연하려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거시건전 3종세트'를 재점검해야 한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와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를 검토하고,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를 폐지하는 등의 대비책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그런 걸 만지작거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단기외채 비중 등을 볼 때 현재로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급해지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강화하는 비상책도 있다고 한다.

이 긴장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신흥국의 금융불안, 구체적으론 인도와 동남아, 중남미의 위기가 언제 진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유입자금은 이들 나라에서 이탈한 돈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불안이 지속되면 한국의 긴장도 오래간다.
이 두 지역의 수출비중을 합치면 중국보다도 크다. 따라서 그렇게 되면 한국의 수출경쟁력 약화도 장기화되고 물량도 줄 염려가 크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단단히 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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