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보고용 문서를 작성할 때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습니다."
최근 신한은행 직원들은 프레젠테이션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인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일이 없어졌다. 보고용 문서를 작성할 때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라는 내부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기 좋게 꾸미는 데 시간을 들이지 말라는 얘기다.
'파워포인트 금지령'은 향후 신한은행의 경영전략 방향을 헤아려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내년도 먹거리를 찾고 새로운 경영목표를 세워야 할 신한은행이 내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내부지침은 단순히 보고문서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한은행이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이라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 이번 내부 지침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신한은행 한 임원은 "회사 전체에 비용 절감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우선 보고문서의 효율화를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비용절감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신한은행이 향후 수립할 경영전략은 '수익창출'보다는 '비용절감'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은행산업의 수익성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창출에 앞서 기존에 들어갔던 비용을 줄이는 '체질개선'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일상업무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그 신호탄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산업은 저성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보다는 현재의 수익성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적·물적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비용절감의 첫걸음"이라며 "비용절감을 통해 은행산업에 드리운 저성장 기조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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