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김기태 대표(40·사진)의 현재 직업은 엄밀하게 말해 '학원 원장'이다. 그의 학원은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를 잡았고 학원생들 또한 매우 특별하다.
아직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개방되기 전이기는 하지만 "변호사가 학원장이라니…."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 국내에서도 변호사가 넘쳐나다 보니 '미국 변호사가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주변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사업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큰소리친다. "변호사라고 특정분야만 고집한다면 앞으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학원의 '학생'들은 미국 로스쿨 입학예정자 및 미국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는 국내 현직 변호사도 140명에 달한다. 이들은 서울에서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따기 위해 '열공' 중이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직접 학원에 나오는 변호사도 있다.
"변호사가 또 변호사 시험을 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귀가 솔깃한 정보를 내놓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굳이 미국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한국 변호사들의 미국 변호사시험(General Bar Examination) 응시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 일리노이주에서는 5년 이상 경력의 한국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준다.
이 시험들은 'Essays Questions' 'Multistate Bar Examination' 'Performance Tests' 등 세 파트로 구성돼 있다. 'Essay Questions'는 일종의 논술시험으로 사실관계 분석능력과 법리 적용능력을 본다. 'Multistate Bar Examination'은 대체로 국내 사시1차 시험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고 'Performance Tests'는 실제 업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소장초고 작성쯤으로 보면 된다. 그러니까 김 대표의 '학원'은 이런 시험 준비를 선행학습 시켜 주는 곳이다.
그는 "2017년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로펌들이 국내 법률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그런 획기적인 생각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힘겨웠던 유학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전 재산 34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미국에 건너가 7년 만에 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쥐고, 귀국해 투자이민 전문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 국내 변호사들이 미국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모르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학원사업'에 뛰어들었다. 경쟁자가 거의 없는 미개척 시장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헌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점도 이유가 됐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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