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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캐나다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10 22:22

수정 2014.11.01 14:26

노벨문학상에 캐나다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82)는 하나의 단편 안에 삶 전체를 재현, '단편의 대가' '캐나다의 체호프'로 불렸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온 작가는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그려내는 스토리텔러로 유명하다.

미국 소설가 조너선 프랜챈은 "먼로는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의 순간들을 풀어내는 데 천재적 재능을 지녔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맨 부커상 심사위원회로부터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밀성을 모든 작품마다 성취해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 측은 이번 수상과 관련, '단편소설의 대가'를 선정 이유로 들었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윙엄에서 여우농장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0대부터 습작을 해오다 1950년 웨스턴온타리오대 재학 중 19세 나이로 펴낸 단편 '그림자의 세계'가 첫 작품이다. 이듬해인 1951년 결혼과 함께 학업을 중단한 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정착해 남편과 서점을 운영하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펴냈다. 이 소설집으로 그는 캐나다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총독문학상'을 받으며 단숨에 문학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1971년 성장소설 위주의 장편소설 '소녀와 여인들의 삶'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뒀고, 2001년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실린 단편소설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할리우드 영화 '어웨이 프롬 허'로 제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3번째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발표한 뒤 더는 작품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디어 라이프'는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달 중 이 책은 국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헨리상,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 부커상도 받았다.

▲ 앨리스 먼로
▲ 앨리스 먼로

먼로의 작품은 대부분 고향인 온타리오 지방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일상적 이야기다. 단편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여자들을 화자로 삼았다. 그의 소설 속 여자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 속에 문득 슬픔을 느끼거나 사랑을 만나고, 때론 절망하다가도 기쁨을 찾아낸다. 여성의 섬세한 자의식과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수놓듯 보여준다.

그가 그려낸 사랑의 풍경도 비슷하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묘사나 복잡한 기교 없이 삶 전체를 껴안으며 작가 특유의 감미롭고 강렬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황종연 동국대 국문과 교수는 "평범하고 고지식한 이야기 속에 미묘한 반전, 작지만 강한 인간드라마에 대한 직관이 그의 단편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먼로는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인내심을 가지고 발전시켜온 북미 최고의 단편작가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시인 고은과 소설가 황석영의 수상 가능성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기대가 높았으나 이번에도 수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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