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절차 지키면 부실기업 공시도 통과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4 17:13

수정 2013.11.04 17:13

절차 지키면 부실기업 공시도 통과 ‘논란’

투자자 보호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마련된 공시제도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부실 기업들의 허위매출 등 부정공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결과론적으로 공시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뒷짐'을 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공시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자본시장법 161조에 규정된 '주요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도록 돼 있고, 거래소는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들의 영업 및 생산활동에 주요한 변동이 있을 때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거래소 "회계 책임 없어"

최근 공시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정작 거래소는 최종 감사기관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공시 규정 4조에 따르면 거래소 공시는 1차로 당해 법인, 2차로 감사를 맡은 지정회계법인에 책임이 있다.

렉스엘이앤지(구 기륭전자)의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11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집회에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실질적 생산활동이 없는 렉스엘이앤지가 1.4분기 3억원의 흑자를 공시하고 뒤이어 6억원 규모 발광다이오드(LED)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생산 라인이 올스톱인 상태에서 어떻게 LED 공급 계약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관계자는 "회장과 노사 갈등 조정을 위해 여러 번 얘기했을 때도 '과정이야 어찌 됐든 매출만 잡히면 된다. 거래소에선 어차피 수치만 본다'라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코스닥 기업심사팀 한 관계자는 "거래소도 실질 심사 등을 통해 입수한 기업 정보를 토대로 감독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공시 보고서는 지정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공신력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기업 관리 업무를 하고 있지만 1차 작성 책임자는 회사이고 2차 책임자는 외부감사인"이라면서 "거래소는 회계 관련 최종 감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 매출을 잡아낸다해도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허위 공시로 문제가 발견될 경우 회계 감리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감원에 업무를 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불승인 근거 없어"

이같이 절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건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부실 기업이라 해도 공시 등의 '절차'만 거치면 유상증자·감자 요청을 불승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한 골든브릿지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골든브릿지가 300억원에 대한 유상감자를 신청했다. 정황상 대주주가 자금을 빼가려는 의도로 인식돼 승인 반대 여론이 컸지만 즉각 이를 반려할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금감원 심사는 법정 공방 결정 여부에 따라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골든브릿지는 자본잠식률이 90% 가까이 되고 부채비율이 7840%에 달하는 부실 기업이다. 아이디엔의 경우, 재정난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만기일을 네 번이나 미루는 등 부실 기업으로 판단됐지만 아무런 제재없이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은 기업 이사회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부실하다는 것만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다"면서 "다만 위험한 기업이 유상증자 등을 하는 경우엔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해 투자자들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썩은 사과라 하더라도 사과가 썩었다는 것만 알려주면 판단은 투자자의 몫"이라며 한발짝 물러나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감독 당국이 사전적으로는 공시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를 일일이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허위 공시로 발생한 투자자 피해에 대해서는 사후적인 책임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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