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접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외국계 운용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자산운용사가 재간접펀드에 외국펀드(역외펀드)를 편입할 때, 증권사 등 중개업자를 통해서만 사야 하는 것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거점을 두고 역외펀드를 재간접펀드에 담아 팔고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간접펀드는 펀드에서 또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이중구조인 탓에 보수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규제 강화로 중개업자를 거치게 되면 수수료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금감원 위법행위 강화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외 자산운용사가 재간접펀드에 외국펀드(역외펀드)를 편입할 경우 증권사 등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게 되면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운용사들의 재간접 공모펀드에는 역외펀드를 4개 이상, 사모펀드는 2개 이상을 담는 것이 의무였지만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한 펀드로만 100% 담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다"면서 "다만 아직까지도 판매사 등 중개업자를 두지 않고 역외펀드를 직접 재간접펀드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운용사들이 역외펀드 편입 시 서류상으로는 중개업자를 집어넣고 실제로는 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들이는 무인가 행위가 많았다"며 "이미 1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계속해 주의를 줬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조만간 위법사항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거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처럼 있던 사항에 대해 이제 와서 규제를 강화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특히 중개업자를 두게 되면 판매보수가 늘어나게 돼 결국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운용사 '멘붕'
특히 직격탄을 맞은 외국계 운용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지금까지 외국계 운용사들은 중개업자를 통하지 않고 본사의 펀드를 그대로 포함시켜 재간접펀드 형태로 국내에서 판매해왔다. 금감원 해석대로라면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설정한 재간접펀드로는 '피델리티 일본 소형주 펀드(JPY)', 미국 바이오주에 투자하는 '프랭클린 바이오테크놀로지 디스커버리' 등이 있다. JP모간 유럽대표 펀드는 유로존을 포함한 범유럽권의 초대형 기업들에 투자하는 'JP모간 유럽 다이나믹 메가 캡 펀드'를 편입하는 재간접펀드다.
이 탓에 시장에선 외국계 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 1.4분기(4∼6월) 외국 기업이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23개사 중 10개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중 분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노무라이화, 프랭클린템플턴 등 모두 6곳이다.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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