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원회 출범 6개월이 기쁘지만 버겁기도 하다."
오는 9일 출범 6개월을 맞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이원정 을지로위 총괄팀장(사진)은 이같이 표현했다. 이 팀장은 "남양유업 사태를 시작으로 미니스톱, 최근 롯데그룹과의 상생협력기구 공동설립까지 굵직한 '갑을관계' 문제를 해결하면서 위원회 문을 두드리는 을(乙)들이 많다"고 말했다.
평소 세간의 이목은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집중됐지만 실제 현장을 누비며 불공정 계약관행 등 피해 사례를 발굴하고 사연을 듣는 것은 위원회에서 일하는 당직자들이다.
이원정 팀장은 최근 현장조사에서 마필관리사들의 노동환경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 밤 늦은 시간까지 말을 돌보는 마필관리사들의 산재 발생률은 일반적인 노동환경의 평균보다 서너 배 많다"며 "크고 힘센 말이 날뛰면 크게 다쳐서 걸음을 제대로 못 걷는 분도 있지만 비정규직인 탓에 산업재해로 제대로 인정도 못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말들이 좁은 우리에서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해 관리사들의 부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만난 대리운전기사들과 추석 때 방문한 우체국 택배기사들의 배송전쟁 현장도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 꼽으며 "모두 사각지대에서 처우개선을 기다리는 우리 사회의 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을지로위원회 활동에서 가슴 아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이 잘 마무리돼 갑과 을이 함께 생업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이 팀장은 "롯데마트와 여기에 커튼을 공급하던 '미페'라는 업체가 상생협약을 체결하던 날 행사 후 양측 대표가 위원회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잠시 후 롯데 본부장이 '거기 계속 계실 거예요?'라고 말하자 미페 사장님도 '가야죠'라며 함께 생업으로 돌아갔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갑과 을이 상생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게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우리 경제의 존속을 위해서도 갑과 을의 상생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바다에 작은 물고기를 다 잡아먹고 고래와 상어들만 산다면 그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겠느냐"면서 "사냥꾼도 사냥을 할 때 모조리 남획하지 않듯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지금 멤버들이 물러나도 2기, 3기 을지로위원회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며 "최소한 다음 총선까지는 을 살리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