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기업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기업’ 이대론 안된다] (4·끝) ’공공기관 혁신‘ 전문가 해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7 17:10

수정 2013.11.07 17:10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기업’ 이대론 안된다] (4·끝) ’공공기관 혁신‘ 전문가 해법

'낙하산 최고경영자(CEO) 배제, 시장경제 노출을 통한 무한경쟁, 경영 현황 투명화, 운영의 자율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 사업 타당성 사전 평가제도 확립….'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한 다양한 해법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부채 규모가 493조4000억원에 이르고 한 해 이자로 나가는 돈만 무려 6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공공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종합 처방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에선 회복이 불가능한 공공기관에 혈세를 쏟아부어 연명시키기보다는 아예 파산시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EO인선·경영 독립성 '필수'

"공적 사업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정권의 의지에 따라 사업을 하다 보니 사기업과 달리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고종권 교수)

"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이나 해외자원개발사업 등 대형사업들이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진행됐다. 심지어 기존엔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재해복구'에 한정했었지만 '재해복구 및 예방'이란 문구까지 넣어서 확대하기도 했다."(인하대학교 행정학과 정창훈 교수)

통수권자가 자신에게 맞는 인물을 공공기관 수장으로 내려보내고 임명된 CEO는 해당기관의 독점적 사업 지위를 활용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긴 하지만 급여 인상, 각종 성과급 확대, 근로환경 개선 등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공공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오히려 (공공기관)노조는 정치적으로 거물급 인사를 바라는 것이 속내다. CEO가 기존의 복지나 임금체계 향상을 약속하고 정치적으로 우산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정치적으로)마음껏 활용한다. 이런 한계가 극복되지 않고선 개혁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주택 관련 부채만 23조8000억원이 늘었고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예산 22조원 중 8조원, 경인운하에 2조1000억원씩을 쏟아부으며 부채가 급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산업정책연구실장은 "부채가 많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은 이자를 갚을 정도의 돈도 벌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사견이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는 곳은 파산을 통해 경종을 울리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정치권에서 제기한 바 있는 '공기업 존치평가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결국 정치적 고려와 상관없이 해당 분야 전문가를 CEO로 앉히고 이들이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 사업은 철저한 예비타당성 분석을 거쳐 가부를 결정하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더욱 투명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도덕적 해이 어떻게 막을까

당장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기관 평가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재정 평가를 강화해 성적이 저조하면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는 내용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창훈 교수는 "기관평가 시 'C' 이상이면 성과급을 주는 지금의 시스템을 고쳐 부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아예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급이 임금으로 고착화된 현재의 구조를 끊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공공기관들을 일반 시장에 노출시켜 다른 민간기업과 경쟁하도록 하는 것도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체가 안된다면 특정 프로젝트를 민간과 경쟁시키는 것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백흥기 실장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은 묶고 사업을 통폐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 과정에서 조직 슬림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공기업의 재무제표 등 현황을 모두 공개해 일반 사회가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신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실효성이 결여된 제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방만 경영, 부채 증가는 막을 수 없다"면서 "원가 산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이나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ada@fnnews.com 김승호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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