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되느냐고요?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월세는 요지부동이고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곧 가게를 빼고 나가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요식업자)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만 있을 뿐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이 일대 아파트야 평균 3000만원 이상씩 호가가 오르는 추세지만 상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서부이촌동 S 공인 관계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이 해제된 지 한달여 지난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초입에 위치한 일부 상가는 새로 개업을 준비하는 등 미세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상권 분위기는 암울하다는 게 현지 공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용산 개발에 대한 보상심리로 대출을 받아 상가를 운영하던 몇몇 세입자는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또다시 빚을 지는 형국이다.
■세입자 80%가 철수
11일 찾은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상가들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현지 C 공인 대표는 "개발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그나마 있던 상가 세입자도 가게를 내놓고 나가는 형편"이라며 "최근 2~3개월 사이에 들어오려는 세입자보다 가게를 빼는 곳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철물점을 운영한다는 상가 세입자는 "국제업무지구로 지정되기 전만 해도 코레일이나 서울우편집중국 상주인원이 꽤 됐기 때문에 인근 상가는 장사가 잘되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개발까지 철회돼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한 세입자 역시 "거주하는 주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민을 상대로 하는 세탁업이나 병원 등 일부 상가를 빼고는 상권이 거의 죽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3년 넘게 비어있는 가게가 즐비하고 밀린 월세를 감당 못해 두 손 들고 나가는 세입자도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한 상가 세입자는 "올 초만 해도 서부이촌동 초입에서 오랫동안 상점을 운영했지만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가게를 옮기게 됐다"며 "당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줬지만 지난 5년 동안 계속 매출이 급락해 버티지 못하고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부이촌동 가게 세입자 80% 이상이 가게를 빼고 나갔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새로 들어오는 가게는 다른 지역에서 외부 투자자가 건물을 매입하거나 상가 임대를 한 것으로, 나머지 영세상인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실거래 실종 vs. 실낱같은 희망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평균 상권 매출가격에 비해 건물주들이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I 공인 관계자는 "일대 상권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아직 비어있는 가게가 많은 것은 상당수 건물 주인이 가게세를 내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로변에 위치한 한 건물 주인은 5년간 가게가 비어있어도 가게세를 낮추지 않고 활황 때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 매물 문의는 구역지정 해제 이후 눈에 띄게 늘었지만 생각보다 높은 시세 때문에 실거래는 거의 없는 편"이라며 "장사가 잘될 만한 길목의 대부분 상가 소유주는 한번 가게세를 내리면 다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 빈 가게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공인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초입이나 대로변은 보증금 1500만~2000만원에 월세 110만~130만원 정도지만 그 외 상가는 대부분 월세가 반토막난 50만~60만원으로 골목별 시세 차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상가 세입자는 용산국제업무지역 구역지정 해제 이후 아파트 매매호가가 오르는 등 투자자가 몰리면서 상권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3년 전부터 서부이촌동에서 세탁업을 하고 있다는 상가 세입자는 "수년간 상가에 붙던 권리금이 사라지는 등 거품이 많이 빠져 큰 부담 없이 가게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점차 이 일대 부동산이 살아난다고 하니 손님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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