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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권 외화채권발행 규제 이후 자금조달 ‘흔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7 17:08

수정 2013.11.17 17:08

정부, 금융권 외화채권발행 규제 이후 자금조달 ‘흔들’

국내 캐피털업계 1위이자 현대·기아차 그룹의 대표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이 자금조달에 제약을 받으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외화채권발행 규제로 높은 신용도에도 외화 자금조달이 급감했고, 국내 시장에서의 채권발행도 시장에 미칠 충격이 우려돼 쉽지 않아 자금운용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은 다수 소비자들이 할부금융을 통해 차를 구매하는 현실에 비춰 현대차, 기아차의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단기외채 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싼 자금을 조달, 제조업과 금융사 '윈윈'을 추구하는 여신전문사에 대한 외화채권 발행규제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지난 2011년 해외 채권발행은 2조500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올 들어 현재까지는 8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캐피탈은 한동안 해외 현지 채권 발행, 김치본드(국내 발행 외화채권) 등으로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였지만 지난 2011년 정부가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은행에 대한 김치본드 발행을 제한하자 해외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당연히 해외 채권 발행액은 급감했다.


2011년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기외채 급증 등을 이유로 김치본드 발행을 제한하는 규제를 단행한 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GE와 함께 금융서비스 파트너로 나서면서 해외에서 좀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들여올 수 있고 외화채권을 발행하면 국내 시장보다 발행금리가 낮아 자금조달 측면에서 용이했다. 최근 현대캐피탈이 일본에서 발행한 채권금리가 국내에서보다 더 낮았다.

현대캐피탈은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을 모색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자산 21조원 중 18조원이 부채인 캐피털업 특성상 현대캐피탈의 채권 발행규모가 워낙 커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올 경우 금리 급등 등 시장이 흔들릴 수 있고 조달금리 또한 높다.

실제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만 해도 2조4225억원이고 2015년까지 상환할 물량은 7조316억원이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도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과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재조명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내로 집중되는 자금조달은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이 같은 해외자금 조달 난항으로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자동차할부금융 취급 빈도도 낮아지는 등 현대.기아차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주고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기준 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자동차 제조사별 여전사 간 점유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취급 비중이 73.43%로 지난해 취급 비중 77.49%보다 4.06%포인트 감소했다. 할부금융 수익성 또한 전년 대비 감소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공기업보다는 규제 수준이 낮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상황에서 외채발행 규제는 유리한 자금조달 창구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여전사 입장에선 규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를 들면 김치본드는 발행기업에는 이득일지 몰라도 거시경제 전체로는 단기외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며 규제완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현대캐피탈 측은 "국내 법인과 외국에 설립한 법인들은 모두 소재한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할부금융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외채 발행 제한과 현대.기아차 판매와의 연관성은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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