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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란천 中 칭화대 건축학과 교수 “녹색의 도시 서울 공지 많아 인상적”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9 16:51

수정 2013.11.19 16:51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 참석차 서울을 찾은 빈란천 중국 칭화대 교수가 도시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 참석차 서울을 찾은 빈란천 중국 칭화대 교수가 도시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베이징에도 많은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어디든 도시 디자인은 인간중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외관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이 활용하기 편한 양질의 공간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의 공개공지 역시 단순한 기능보다는 복합적인 기능을 갖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직접 꾸며 나가고 사람 위주로 전개돼야 합니다.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고 훨씬 더 접근성을 좋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주최한 '2013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방한한 빈란천 중국 칭화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인간 본연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을 강조했다.

―서울을 방문한 소감과 도시디자인에 대한 견해는.

▲나에게 서울은 녹색과 푸른색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서울에서 거리를 따라 걸었는데 베이징 날씨보다 따뜻해 좋았다. 서울의 기온이 베이징보다 낮을 줄 알았는데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또 다른 이유는 한강 때문이다. 베이징에는 강이 없는데 서울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한강이 생각보다 커서 인상 깊었다. 또 서울의 가을하늘이 참 푸르고 베이징보다 깨끗했다. 대기오염이 베이징보다 덜한 것 같다. 이번에 방문한 서울은 과거 방문했을 때보다 소규모 공개공지가 많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한강 주변에 많았다. 이번 기회에 선유교를 직접 걸어 선유도도 방문했다. 기존 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해 공원으로 바꾼 모습이 인상 깊었다. 베이징과 비교해 봤을 때 도심공원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이 같은 대규모 공개공지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미술관 리움도 찾아가 봤다. 리움은 총 3개 건물로 나뉘어 있었는데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열린공간이었다. 이 밖에 중국과 다른 점은 카페나 레스토랑 등 길거리 건물들이 각각 다른 크기와 스타일을 선보이고 기능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도심 속 거리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에 비해 여의도 주변의 경우 대부분 오피스빌딩이 다 비슷해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중국 어느 도시 디자인이 가장 좋은지.

▲과거에는 중국 공공시설 등이 주로 상부 명령을 받아 지어지는 등 자유롭지 못했고 인간 중심적이지 않았으나 점차 상업화되면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도시가 대규모로 일정한 양식에 따라 조성됐지만 지금은 도시설계 콘셉트가 바뀌고 있는 중이다. 베이징의 경우 작으면서도 편안하고, 전통적이면서도 인간중심적인 곳들을 찾을 수 있다. 베이징의 도시디자인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익을 고려하면서도 도시 고유의 전통은 보존할 수 있는 개발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다산쯔 지역에 있는 '798예술구'와 같은 곳은 설계가 자유롭게 이뤄졌다. 그곳은 과거 폐쇄된 무기공장지대에 2000년대부터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수백개 화랑이 밀집해 중국 현대미술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곳으로, 건축가나 도시설계자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공간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통해 베이징의 공공 공간은 인간중심적인 것은 물론, 예술적 기능까지 포함하는 진화된 공간으로 발전했다. 해외공관 밀집지역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베이징 산리툰 빌리지도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3년 전부터 이 블록에 개발이 시작되면서 상권이 강화됐다. 작은 골목 등으로 이뤄진 이 블록 안에는 소규모 오픈 스페이스가 생겨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베이징올림픽 경기장 일대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이후 이곳에 예술가들을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지하철에 연계돼 있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들은 공원과 경기장 무대에서 종종 공연도 하고 있다. 특히 메인 출구 근처 공원에서는 주민들이 달리기나 걷기 등 여가생활을 많이 즐기고 있다. 현재 베이징에는 새로운 형태의 공개공지가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 같은 장소들은 주민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게 해주고 있다.

―한국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 도시계획이 쉽게 변경되거나 축소되는데 이에 대한 생각과 중국의 경우는.

▲리더가 바뀌어도 기존 계획이 어떻게 실현돼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문제가 있다. 리더들은 결정에 앞서 전문가들을 통해 과학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사실상 지금의 중국에서는 건설 등 계획을 계획경제보다는 시장경제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시장(市長)이 바뀌면 기존 계획은 시장(市場) 상황을 먼저 반영한다. 상하이나 베이징, 톈진 등 일부 지방정부의 리더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주로 경제를 촉진하는 프로젝트들을 맡아 지방정부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새로운 지하철 라인을 계획 중으로, 교통 문제와 환경오염 등 문제도 같이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비싼 집값 문제다. 최근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집을 임대하고 또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구도심 슬럼화에 대해서는.

▲중국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베이징의 경우 뉴타운을 개발하기 위해 그 땅을 농부들로부터 저렴하게 사야 한다. 그렇게 부지를 매입하고 나면 새로운 상업지구 등 개발이 시작된다. 일부 사람들은 뉴타운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뉴타운의 교육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학교 근처 중심지의 집을 빌려 살고 있다. 이처럼 새로 조성된 도시이긴 해도 장거리 통근을 해야 하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선호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시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사실상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는 두 종류의 토지소유 방식이 있다. 도시의 땅은 국가 소유이고 시골 땅은 농부 개인이 아닌 농부단체(group of farmers)의 소유다. 대도시와 가까운 작은 마을의 경우 도시 확장을 위해 재개발된다. 그러나 소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 마을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때문에 더욱 도시 집값이 오르고 있고 도시와 시골 경계지에는 건물 층수를 높이고 다닥다닥 붙여 지어 주거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최근 도시마다 랜드마크 건물을 표방,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비슷한 모양의 건물을 지었지만 지금은 변화하고 있다. 모든 도시에는 새로운 랜드마크 빌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도시만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과 기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라는 도시 이미지를 창출했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버즈 네스트(Bird's Nest)와 국가수영장인 '워터큐브' 역시 특별한 외관과 기능을 갖고 있는 곳으로, 이 지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가 설계한 톈안먼광장 근처의 국립대극장도 마찬가지다.
삼성미술관 리움을 지은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는 베이징 중국국영방송본사(CCTV) 건물도 지었는데 오래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빈란천 약력 △중국 칭화대 건축학과 △칭화대 도시계획 석.박사 △칭화대 초빙교수 △칭화대 건축학 도시 계획 교육.연구 이사 △중국도시계획학회 도시디자인학술분과 위원 △중국도시계획학회 역사도시보존학술분과 위원 △현 칭화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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