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 삼성그룹이 한국인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 투자해 삼성그룹의 기술, 개발자뿐 아니라 과학인재양성, 국내 풀뿌리 과학연구를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경쟁력은 사람과 기술에서 나온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처럼 삼성그룹은 기초과학과 인재 투자에 국내 기업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또 국내 과학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의 저변을 넓혀 국내 최초 과학 노벨상 수상에 삼성그룹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학계와 재계는 기대한다. 삼성그룹 역시 이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삼성그룹 스스로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두고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웬만한 대학교의 이공계 연구시설과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해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발하기도 했다.
■세계 기술 선도하는 삼성
지난 5월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 연구는 그래핀을 응용해 반도체 속도를 100배 이상 높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연구는 기존 실리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트랜지스터 개발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반도체에 수십억개가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여 전자의 이동거리를 좁힐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전자의 이동도가 높은 소재를 사용해 전자를 빠르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높은 전자 이동도를 갖고 있던 그래핀이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그래핀이 금속성을 지니고 있어 전류를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트랜지스터에서는 전류의 흐름과 차단으로 디지털 신호인 '0과 1'을 나타내므로 그래핀을 실리콘 대신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그래핀의 이동도가 급감하므로 그래핀 트랜지스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는 과학계가 풀어야 할 난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새로운 동작원리를 적용해 그래핀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전류를 차단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했다. 즉 그래핀과 실리콘을 접합해 쇼키 장벽(Schottky Barrier·금속과 반도체가 만나는 접합에서 생기는 에너지 장벽으로 전하가 금속에서 실리콘으로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만들고 이 장벽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전류를 켜고 끌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번 논문을 통해 삼성전자는 그래핀 소자 연구의 최대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추후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관련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리콘의 한계를 뛰어넘어 반도체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평가한다.
아울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2011년 유리창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는 질화갈륨 발광다이오드(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ertical NAND, 3D V-NAND) 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3차원 수직으로 적층하는 '구조 혁신'과 '공정 혁신'을 통해 셀을 고층빌딩처럼 24단으로 쌓았다.
■삼성 미래재단 기초과학 발전
삼성그룹은 올해 대학과 민간 연구소의 기초과학연구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기초연구 활성화라고 삼성그룹은 지원 목적을 밝히지만 업계, 학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노벨상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할 미래기술육성재단과 소재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을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기금을 만들었다. 최근 1차 지원 대상을 결정했다. '얼음화학' 등 기초과학분야 12건, '희토류 금속을 포함하지 않는 광소재 연구' 등 소재기술 7건, '뇌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컴퓨팅 소자' 등 ICT 8건이다.
미래기술육성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은 최양희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재단 출범 시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창조적이면서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를 발굴해 마음껏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노벨상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은 최근 해외 석학과 국내 학자의 공동연구 및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호암재단은 지난 5월 삼성의료원, 삼성종합기술원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제1회 호암포럼'을 개최했다. 양일간 진행된 포럼 첫날에는 자궁경부암 발생 및 예방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하랄트 추어하우젠 독일 암연구소 교수, 한국계 과학자로 종양 바이러스 분야 권위자인 정재웅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국내외 연구자 7명이 발표했다. 추어하우젠 교수는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정 교수는 지난해 호암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나노(nano)'를 주제로 한 공학 분야 발표가 계속됐다. '제3의 고체'인 준결정 물질을 최초로 발견한 다니엘 셰흐트만 이스라엘 테크니온대 교수(2011년 노벨 화학상 수상), 한국 나노 과학계의 대표 주자인 현택환 서울대 교수(2012년 호암공학상 수상) 등 나노 분야 전문가 6명이 발표했다.
호암포럼은 앞으로도 해마다 노벨상, 카블리상, 필즈상 등을 수상한 해외 석학과 호암상 수상자를 초청해 학술교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학기 중 방과 후 교실과 동아리 활동을 통한 소프트웨어 교육 △방학 중 다양한 소프트웨어 체험을 위한 소프트웨어 캠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정명진 김경수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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