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예사롭지 않은 건설업계 신음소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1 16:56

수정 2013.11.21 16:56

벼랑 끝에 선 건설업계의 신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경남기업 등 종합건설업체 21개사와 전문건설업체 70개사를 비롯, 모두 104개 업체가 극심한 자금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업의 경영난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수년째 얼어붙어 있는 데다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신규공사 물량이 줄어들면서 업체마다 일감 부족에 따른 자금난과 구조조정, 부도의 삼중고를 호소해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물론 업계 스스로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경기 호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사업과 재개발, 재건축에 경쟁적으로 매달린 탓에 자금 압박이 가중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건설업의 경영난은 이제 단일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집단의 운명과 직결된 고민거리가 됐을 만큼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상하겠다며 그룹의 핵심자산을 거의 모두 내놓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의 결단도 건설에서 튀긴 불똥 때문이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건영, 한보건설을 인수한 후 LIG로 이름을 바꾸고 야심차게 밀어붙였지만 기대와 달리 건설은 골치를 썩혔었다. 백과사전 판매원에서 시작해 중견그룹을 일궈내며 샐러리맨 신화를 써내려간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도 과정은 비슷했다. 극동건설을 품에 안았지만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그룹 전체를 깊은 시름에 빠뜨린 건설회사는 이들뿐이 아니다. 일부 대기업 건설사 또한 그룹의 배경을 등에 업고서도 미분양 사태와 신규수주 부진 등의 덫에 걸려 그룹 공통의 고민이 된 지 오래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크다고 해서 정부가 특정업종에만 특혜를 주긴 힘들다. 하지만 건설업의 시장 환경과는 별개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귀기울여야 할 호소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 법안들의 신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및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허용,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용을 뒷받침할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 성장의 달러박스였던 건설업의 위기가 경제 전반에 남길 후유증은 작지 않다.

국회와 정치권, 정부는 이제라도 정확한 상황판단과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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