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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래어 천국’ 화장품·의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7 16:51

수정 2013.11.27 16:51

[기자수첩] ‘외래어 천국’ 화장품·의류

"이번 컬렉션은 강렬한 플라워 프린트 안에 있는 미소년의 모습을 통해 성별의 벽을 뛰어넘는 젠더리스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됐다."

"이번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은 홀리데이의 밝은 분위기를 별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과 팝적인 컬러로 표현했다."

화장품·의류업체의 보도자료는 온통 외래어와 한국어의 혼용을 거리낌없이 남발해 놓는다. 아무리 영어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고 하지만 의류업체와 화장품업체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외국어·외래어 사용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올해부터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은 다름아닌 한글과 역사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국가의 위상을 다시금 제고하자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미동도 하지 않고 화장품·의류업체들은 오늘도 외래어투성이의 불친절한 보도자료를 쏟아놓는다. 기사는 우리말을 바로잡아 써야 하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어감이 전하는 뉘앙스 때문에 '구스 다운 재킷'을 '거위 다운 재킷'으로 '립 라커'를 '입술 펜(페인트)'식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립 글로스'는 입술에 광이 나도록 돕는 제품으로 빛난다는 의미의 '글로스'를, '립 라커'는 페인트를 바르듯이 발색력이 좋다는 의미로 '라커'를 붙였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그만큼 뷰티·패션업계 전반에서 외국어와 외래어의 사용은 익숙하게 통용된다.

화장품·의약품 연구개발 전문기업 한국콜마는 우리 화장품에 어울리는 우리말 이름을 공모한 적이 있다.
한국콜마는 "수많은 화장품들이 외래어·외국어 일색"이라면서 "우수한 우리 화장품에 세계적 가치가 있는 우리말을 접목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데 의미를 두고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외국어·외래어가 주는 의미나 뉘앙스 때문에 제품명뿐만 아니라 제품을 설명하는 데 외국어·외래어를 써야 할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모를 통해 바른 우리말을 쓰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다 보면 화장품·패션업계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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