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감이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연극 ‘봉선화’. 연극은 불편한 역사의 진실을 끝나지 않은 비극으로 각인시킨다. 경건하고 엄숙하다.
연극을 보기전부터 불편한 마음은 막이 오르면서 예상대로 더욱 먹먹해진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나면 불편함과 먹먹함대신 카타르시스만 남긴다. 그리고 자문하게 한다. 해결되지 않은 억울한 역사, 무엇을 해야할까.
주인공들의 대사는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줄거리를 풀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들을 리얼하게 관객들게 인식시킨다. 절제된 무대와 음악은 배우들의 대사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봉선화는 1980년대에 위안부 문제를 호소력 있게 다뤘던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윤정모 작)를 토대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냈다.
과거 위안부로 끌려갔던 감순이 할머니와 그녀의 아들 배문하, 손녀 수나에 이르까지 3대에 걸친 가족사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아들을 위해 숨어 지내다 숨을 거두는 순이 할머니, 어머니의 과거를 잊은 채 대학 대학 총장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 배문하,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한 역사를 밝히려는 딸 수나를 통해 전쟁의 상흔과 일제의 잔혹함을 고발한다.
위안부 문제가 과거의 문제가 아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문제이며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할 역사적 과제임을 알린다.
조선인 여성들을 인간사냥해 트럭에 실어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연행한 사실을 털어 놓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의 양심고백, 여자근로정신대와 애국반을 통한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퇴각하던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만행, 어용단체인 애국부인회의 실체 등은 수나의 대사를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독일로 하여금 전쟁에 대해 사과하게 만든 것은 독일인이 양심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만행 기록을 낱낱이 알리며 전세계에서 동시에 압박을 가한 유태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일로 막을 내리는 서울시극단의 연극 ‘봉선화’는 내년 다시 연장 공연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명이라도 더 꼭 봐야할 연극이다.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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