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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농산물 값싸게.. 농협 로컬푸드發 ‘식탁 혁명’ 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2 16:48

수정 2013.12.12 16:48

농협은 농업인이 생산, 수확, 가격결정, 매장 내 진열, 재고관리 등을 직접 수행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올해 20곳에서 2016년까지 총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부문 이상욱 대표이사(오른쪽 첫번째)가 한 직매장을 방문,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농협은 농업인이 생산, 수확, 가격결정, 매장 내 진열, 재고관리 등을 직접 수행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올해 20곳에서 2016년까지 총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부문 이상욱 대표이사(오른쪽 첫번째)가 한 직매장을 방문,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 2층 중회의실. 전북 완주, 충남 아산, 경북 청도, 전남 여수, 경남 김해 등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싱싱한 농산물이 풍성하게 진열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농산물을 자식처럼 키워 내놓은 농업인들이 직접 나와 자신들의 제품을 뽐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은 바로 농협이 만든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생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농업인들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1일 있었던 '로컬푸드 토크쇼'에서 나온 농업인과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상중계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이란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확하고 포장해 직매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직거래 유통 허브를 말한다. 그런데 판매되는 가격을 농업인 스스로 결정하고 그날 그날 팔다 남은 물건을 회수하는 등 재고관리를 직접 해야 한다.

이벤트성으로 가끔 열리는 직거래장터나 생산된 농산물을 중간유통상에 도매로 넘기는 일반 판매구조와 달리 생산-유통-판매의 모든 과정에 농업인의 자율성과 참여를 높이는 만큼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싱싱한 제품을 유통마진 없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하는 농업인들은 자신이 내놓은 농산물의 판매 현황을 매일매일 지켜보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 적정 가격 수준 등을 점검해 생산이나 마케팅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전남 여수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한 여성 소비자는 "신선하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농협은 올해 20곳까지 예정된 로컬푸드 직매장을 2016년까지 전국에 10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농협의 로컬푸드 사업이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건강한 환경과 행복한 농촌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올해 4월 전북 완주 용진농협 내에 280㎡ 규모의 로컬푸드 직매장 1호점을 개장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농협은 이달에도 완주 봉동, 전남 화순 도곡, 무안 일로, 충남 홍성 홍동, 충남 서산 서산, 경남 창원 북창원, 전북 고창 고창 농협에 각각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용진농협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농협은 올해 4월 전북 완주 용진농협 내에 280㎡ 규모의 로컬푸드 직매장 1호점을 개장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농협은 이달에도 완주 봉동, 전남 화순 도곡, 무안 일로, 충남 홍성 홍동, 충남 서산 서산, 경남 창원 북창원, 전북 고창 고창 농협에 각각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용진농협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직매장 참가 "용돈 받는 기분"

"10월께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판매하기)시작했다. 나이 먹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말린고춧잎, 시래기, 무말랭이, 곡물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최근엔 냉이, 돌나물도 팔려고 심었다"며 "(직매장이 생겨)일주일에 한 번씩 용돈을 받는 기분이다.(웃음)"

전북 완주에 위치한 상관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농산물을 팔고 있는 이복남씨의 말이다. 지난 7월 초 오픈한 이곳은 하나로마트 내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직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씨의 경우 전에는 동네 이웃들하고 나눠먹었을 푸성귀를 판매하고 나면서 매달 통장에 30만~40만원 가량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쏠쏠해 자신이 스스로 팔 만한 농산물을 추가해 재배하는 수준까지 다다른 것이다.

"손주들 용돈도 줘야지…. 우리 딸은 엄마가 심심치않게 돼서 군수한테 고맙다고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하더라고."

경기도 김포에서 6600㎡(2000여평)가량의 시설농사를 짓고 있는 유성진씨. 농사 규모가 제법 커 아예 도매로 넘기면 편할 것을 유씨도 자신이 직접 포장하고 팔다 남은 농산물을 회수하는 등 매일 번거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나는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이다. 농산물을 파는 것이 곧 양심을 파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직접 포장하고, 가격을 결정, 진열해 놓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지 아침마다 웃음이 나온다. (직매장에 들어가 있는) 농업인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선의의 경쟁을 하며 좀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하고 또 보기 좋게 포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농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겼다."

올해 4월 문을 연 김포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선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 이어 두 번째로 잡곡, 달걀, 가공식품, 엽근채류 등 5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숍인숍'이 아닌 210㎡ 규모의 독립매장으로 꾸며져 있어 보다 다양한 직거래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

유씨는 농사일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농업인밴드인 '파랑새'도 결성, 공연도 하며 이웃들과 나눔을 공유하고 있다.

유씨는 "직매장에선 농산물 말고도 장애우들이 만든 도자기, 비누, 요구르트, 미꾸라지까지 별거를 다 판다. 게다가 장애우들이 살고 있는 인근 가연마을에 농협직원들과 농업인들이 옷들을 모아 나눠입을 수 있도록 전달하기도 하고 연말에는 우리 밴드가 공연도 할 예정이다. (직매장이) 그냥 동네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 나눔터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선한 농산물 값싸게.. 농협 로컬푸드發 ‘식탁 혁명’ 분다

■가공식품도 판매, 마케팅 '올인'

그렇다고 로컬푸드 직매장에 신선 농산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경기 안성으로 남편과 함께 귀농한 서영심씨. 서씨는 농산물 가격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다보니 안정적인 생활이 쉽지 않아 고민을 한창 하던 차에 올해 7월 안성 대덕농협에 직매장이 생기면서 참여했다.

"직매장에 처음 농산물을 갖고 나가보니 대부분이 똑같은 종류를 들고 왔더라.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아예 주민 15명을 결성해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과 같은 가공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가공공장까지 번듯한 시설은 갖춰놓지 못했다. 생산한 고추, 참깨 등을 깨끗하게 손질해 지역의 영농조합법인에 보내면 그곳에서 가공한 것을 받아 자신들이 판매하는 방식이다. 가공만 직접 하지 않았을 뿐 손수 가꾼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붙여 판매하는 것이니 직거래인 셈이다.

서씨는 "소비자들도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는지 따로 주문을 하거나 대규모로 구매하는 등 단골도 많이 늘었다"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농민가공시설을 갖춰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안성에도 같은 시설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말 울산 범서에 있는 하나로마트 안에 약 200㎡ 규모로 들어선 범서 로컬푸드 직매장. 농업인 김성수씨가 판매하는 농산물은 가장 인기가 높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포장에 많은 신경을 써 소비자들의 눈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김씨는 "일본에 있는 농산물 직매장을 방문했을 당시 작고 예쁘게 포장돼 있는 제품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속내용도 중요하지만 소포장은 기본이고 쓰레기가 없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직매장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농업인 스스로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실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버려지는 농산물이 없다보니 환경친화적이고 소득은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15~30% 저렴, 소비자 만족 커

"사다놓고 일주일 동안 냉장고에 둬도 얼마나 싱싱한지 모른다. 게다가 생산자 얼굴과 이름이 판매제품에 붙어 있고 매장에 갈 때마다 제품을 진열하는 생산자들까지 직접 만날 수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 가격이 다른 곳보다 저렴한 것은 당연해 소비자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경기 김포에 사는 소비자 노미숙씨의 말이다.

노씨는 이뿐만 아니라 생산을 하는 농장도 자주 방문하고 그곳에서 시식회 등에 적극 참여하며 가족의 먹거리 지키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남 여수에 사는 주부 박영자씨는 여수농협이 지역 여성들을 선정, 1박2일 동안 진행한 로컬푸드 교육에 참여하고 확 바뀌었다.


박씨는 "교육을 통해 로컬푸드가 농업인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좋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면서 "로컬푸드 산악회를 조직해 정보를 공유하고 또 부녀회를 통해 홍보도 하는 등 로컬푸드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게다가 박씨는 지역에서 로컬푸드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모니터링을 열심히 해 직매장이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상욱 대표는 "농협은 규모화, 전문화를 통해 시장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고령농업인, 여성농업인, 귀농인과 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농업인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활기찬 농촌을 만들고 농업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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