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논의 시점이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드시 통과가 필요한 법안에 대해서 파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한 해를 정리할 소기의 성과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 새누리당과 민주당, 여야 지도부는 정치권의 쟁점 법안 가운데 '양보할 것'과 '꼭 챙겨야 할 것'을 분류하며 '선물 보따리'를 꾸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과 국가정보원 개혁 관련 법안, 여야가 각자 내놓은 부동산 대책 등이 주요 법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성탄절(25일) 이전 처리할 법안을 정리한 후 26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반드시 처리하길 원하는 핵심 법안을 중심으로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치정국에도 민생·정치 살리기를 위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 빅딜 가능성
현재 여야의 각 핵심 사안은 단연 여당의 '경제활성화'와 야당의 '국정원 개혁' 등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근절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도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30일까지 법안처리를 위해 빅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의 대표격인 외촉법의 연내 입법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심의에 난항을 겪으며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외촉법 처리를 강조하는 등 여러 차례 언급하며 직접 챙기고 있어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촉법은 공정거래법상 현행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100% 규정을 외국인과 합작회사를 만들 때는 50%로 낮추는 예외규정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은 2조3000억원의 외자유치 무산 위기를 강조하는 반면 민주당은 특정 대기업의 특혜법으로 공정거래법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도 국정원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중점처리 법안을 마냥 가로막기 어렵다. 국정원 개혁법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지난해 대선 이후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1년간 투쟁의 결과물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야권 내 혼란이 불가피하다.
여야 대표·원내대표 4자회담에서 국정원 개혁법안의 '연내처리'에 합의했지만 국정원개혁특위에서 국정원 예산안 통제, 정부기관 연락관(IO) 제도 폐지, 정보위 상설화, 심리전 기능 폐지, 대공수사권 폐지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연내 입법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외촉법과 국정원 개혁 모두 각 상임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사안"이라며 "지도부 차원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딜, 철도파업이 변수
여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각자의 핵심 부동산 대책을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빅딜을 준비 중이다.
특히 야당 측 대책에 대한 여당 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절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상한제는 주택임대료 폭등 지역의 우선시행 후 적용지역 단계적 확대를,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계약 종료 후 1년을 연장하는 '2+1'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촉발된 '철도 민영화 논란'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마비되며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여당은 파업대책 논의를 위한 국토위 산하 소위원회 구성에 반대하면서 상임위 현안보고를 거부해 지난 19, 20일 연달아 파행했다.
이에 대해 국토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민주당에서 부동산 법안 빅딜을 제안해 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면서 "현재 철도 파업이 상임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회의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법개정안도 여야 법안 빅딜의 결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야당은 법인세 증세와 현행 3억원 초과인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는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법 관련 양당 입장차가 워낙 크지만 세법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내년 예산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막판 절충안 찾기가 기대된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법인세와 소득세 논쟁 가운데 여당의 완강한 반발이 있는 법인세 증세 대신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올해 추경예산을 집행했음에도 내년도 세입에 7조원가량 구멍이 생겨 재정건전성을 위한 부자증세 철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세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입추계가 어려워 내년 예산안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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