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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PA 로보틱스 챌린지] 한국계 팀 리더 3인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05 15:33

수정 2014.08.05 15:33

【마이애미(미국)=박지현 기자】"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겸손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번의 실수를 통해 시스템과 팀 네트웍을 보완해 내년 결선을 열심히 준비하겠다."(데니스 홍 교수)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이틀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홈스테드의 '홈스테드-마이애미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된 '2013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1차 결선에 참가했던 한국계 팀 리더 3인방은 오늘의 실수를 딛고 다시 노력해 내년 결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1차 결선에서 8위 안에 들지 못해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 부터 2차 최종 결선까지의 마지막 연구비, 100만 달러(약 10억 6000만원)를 받지 못하게 됐지만 자비로 트랙 D에 출전해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회 직후 한국계 팀 리더 3명을 각각 만나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바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데니스 홍, "1등보다 실제 미래에 사용할 기술 선보이는 것이 목표"

팀 토르(Team THOR)의 데니스 홍 교수
"최선을 다했고, 자랑스럽다"

팀 토르(Team THOR)를 이끌고 있는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의 데니스 홍(Dennis Hong)교수는 1차 결선의 최종 결과를 확인한 직 후 잠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심기일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데니스 홍 교수는 "사실 대회 직전까지 원래 내보내려 했던 토르(THOR)가 준비되지 못했다"며 "한 달 반도 안 남은 시간에 당초 서브용이었던 '토르-OP(THOR-OP)'를 출전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아쉬웠던 점에 대해 홍 교수는 "드릴을 잡고 이동해 벽을 뚫는 과제가 있었는데 토르-OP가 드릴을 다 잡고 이동하려는 도중 갑자기 손목 커넥터가 끊어졌다"며 "연습을 많이 해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결국 우리가 끝까지 노력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반성했다"고 답했다.

홍 교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금껏 우리의 능력을 자랑해왔지만 동시에 겸손함을 갖춰야 함을 배웠다"며 "자신감과 겸손함으로 다시 내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펀딩을 받는 여부와 관계없이 최종 결선까지 더욱 정진해 도전하겠다"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대회의 1등보다 향후 미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판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준호, "다음 세대와 함께 전문성으로 무장해 재도전 할 것"

팀 카이스트(Team KAIST)의 오준호 교수
팀 카이스트(Team KAIST)의 오준호 교수
"다음 세대를 위한 로봇, 이번에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출전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년 대회에서는 더욱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팀 카이스트(Team KAIST)를 이끌고 있는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욕심이 금물임을 배웠다"며 "대회 초반 휴보(Hubo)의 시야 확보에 문제가 생기는 등 돌발변수를 겪은 것들도 돌이켜 보니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오준호 교수는 "늘 지금껏 실내의 평평한 바닥에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로봇을 개발하다보니 외적인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간과했었다"며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잘 걸을 수 있고 빛의 세기가 달라져도 금새 적응할 수 있는 로봇 등 앞으로 새로운 개발과제가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 전문 기업 들과 컨소시엄을 이룬 다른 팀과 달리 오 교수는 이번 대회의 주요 오퍼레이터를 KAIST 내 젊은 석·박사 과정생 위주로 구성했다. 그는 우리나라 로봇 공학의 1세대로, '휴보의 아버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경험과 기회를 주기 위해 자비를 털어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우리는 DARPA로 부터 처음부터 지원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순위와 상관없이 의지에 따라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다"며 "앞으로의 개발비가 충당되면 이번 대회를 통해 발견한 시스템 내부 오류 개선 및 하드웨어 강화를 비롯해 충분한 연습시간을 갖고 최종 1등을 향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 오, "꾸준한 기술 개선 가능토록 지원 필요"

DRC 휴보 팀의 폴 오 교수
DRC 휴보(Hubo) 팀의 폴 오 교수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을 시도할 때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11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됐는가. 나는 이번 대회가 바로 그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키는 시발점이라 본다"

드렉셀 대학교 'DRC 휴보(Hubo)'팀의 수장인 폴 오(Paul Oh)교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향후 빠르면 2020년 내지 10년 새에 로봇 분야에 수많은 발전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며 "나 역시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한 것에 대해 폴 오 교수는 "평상시 연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경찰과 소방서에서 당장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도 미리 수백번 연습해 실전에서 대응이 빠를 수 있듯 우리도 연습했어야 하는데 재원 부족 등으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이에 대해 반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미국 뉴욕의 9.11 테러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재난재해 대응로봇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수많은 이들의 끊임 없는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와 민간기업인 '구글' 등이 엄청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대회도 그러한 차원에서 성사됐으며 우리나라의 정부와 기업도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과 2007년 DARPA가 주도한 무인 자동차 챌린지에서 수많은 기술이 쏟아져 나왔고 당시 참여한 BMW와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같은 경우 이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무인자동차 상용화에 나서는 등 열매를 거두고 있다"며 "눈치를 보며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으며 멀리 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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