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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VS. 박인비.. ‘최신 창’과 ‘최고 방패’ 대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9 18:00

수정 2014.10.30 18:51

2014시즌 LPGA투어서 진정한 골프 여왕의 자리를 놓고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박인비와 리디아 고(오른쪽).
2014시즌 LPGA투어서 진정한 골프 여왕의 자리를 놓고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박인비와 리디아 고(오른쪽).

'창과 방패의 대결.'

2014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예상 판도다. '방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올 시즌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이르는 말이다. 박인비는 올해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해 시즌 6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로서는 최초로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마지막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 끝에 한국인 최초로 2년 연속 상금왕 타이틀을 지켜냈다. 그의 이름 석자 앞에 붙는 '골프여제'라는 수식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후끈 달아오른 박인비의 샷감은 내년에도 결코 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 보다도 기나긴 슬럼프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강하게 담금질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것.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일본과 미국을 전전하며 가까스로 투어의 일원으로 살아남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잡은 제2의 전성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각오에 또 각오를 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그러면서도 철저히 골프를 즐긴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많은 선수가 자신에게 올인하다시피 한 가족을 위해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이른바 '소녀가장'이나 다름없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골프환경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다시 말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어느 시기가 되면 골프에 염증을 느껴 선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박인비는 이들과 달리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 없이 골프를 즐겨왔고 앞으로도 즐길 수 있어 그만큼 선수 생활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 박인비 스스로 결혼해서도 오랫동안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창'은 뉴질랜드동포 출신으로 지난 11월에 프로 전향을 선언한 '천재 소녀골퍼'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다. 아마추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줄곧 지키다 내년부터 LPGA투어 정회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리디아 고에게 거는 전 세계 골프팬의 기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한 리디아 고는 2013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무난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이달 초에 열렸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4시즌 개막전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박인비,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최나연(26·SK텔레콤), 신지애(25), 폴라 크리머(미국) 등 쟁쟁한 언니들을 물리치고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을 거둬 기대에 부응했다. 리디아 고가 1998년에 박세리(36·KDB금융그룹)를 시작으로 2012년 유소연까지 9명이 이름을 올린 LPGA투어 한국(계) 선수 신인왕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디아 고는 그런 시나리오 완성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서 시즌 개막만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팀 리디아'가 가동된 것이 고무적이다.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인 IMG와 손잡은 데 이어 코흘리개 시절부터 자신을 지도했던 가이 윌슨(뉴질랜드)의 품을 떠나 세계적인 골프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미국)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또한 스폰서 문제도 호주·뉴질랜드 금융그룹(ANZ)과 서브스폰서를 지난 20일 체결한 데 이어 캘러웨이골프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위한 서명만 남긴 상태다.


리디아 고의 가세로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선수가 내년에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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