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 의료기기인 임플란트 관련 업체에 다니던 B씨는 2011년 10월 회사로부터 퇴사 요청을 받았다. 앙심을 품은 B씨는 창고에 보관되고 있던 임플란트 기기들에 불을 질렀다. B씨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지만 피해 규모가 문제였다. 회사 측은 피해물품 수량이 5만8000개로 시가 18억원 상당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나 B씨는 불량품 300여개와 플라스틱 케이스만을 태웠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대검 화재수사팀에 피해물품 종류와 개수를 밝혀줄 것을 의뢰했다. 화재수사팀은 증거물에 대한 엑스레이(X-Ray) 비파괴검사, 녹는 점 차이를 이용한 합성수지 용융물 제거 등 첨단 감정기법을 동원해 불에 탄 임플란트 기기가 34종 4만2000여개, 시가 10억원어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화재수사팀이 12일 발간한 화재사건 수사사례집에 실린 주요 내용들이다. 화재수사팀은 최근 2년간 일선청의 화재수사를 지원한 경험을 토대로 수사지휘, 조사, 기소, 공판 등 각 수사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수사사례집은 2011년 12월 첫 발간 이후 두 번째다.
화재수사팀은 그동안 발화지점 및 원인을 찾는 1차원적인 화재조사를 넘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물 재연실험, 화재역학에 따른 관계자 진술 분석 등을 통해 화재 원인은 물론 피의자의 고의.과실 여부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대검 NDFC 관계자는 "화재수사팀은 잿더미에 가려진 진실을 규명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사건관계인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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