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가장 가까이 있는 작은 행복을 사랑하고 싶어지는 영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13 07:37

수정 2014.10.30 17:08

‘만찬’, 가장 가까이 있는 작은 행복을 사랑하고 싶어지는 영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은 가장 소중한 존재지만, 우리는 고마움을 모른다. 올 겨울 영화 ‘만찬’과 함께라면 우리는 그 행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만찬’은 한 가족의 일상과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을 덤덤하게 그려낸 영화다. ‘만찬’에는 노부부와 그들의 세 남매가 등장한다. 장남인 인철(정의갑)의 아내 혜정(박세진)은 불임이다. 둘째인 경진(이은주)은 직장생활을 하며 자폐증인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이다. 셋째 인호(전광진)는 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 못했다.
서른의 나이에 인호는 낮에는 운송업,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열심히 삶을 꾸려나가지만 현실은 학자금 대출을 갚을 돈도 없다. 부모님은 경진의 아이인 재현을 키우며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살아나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행복해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그러나 불행은 갑자기 그들을 덮쳐온다. 인철은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했고, 경진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인호는 대리운전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이들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이 불행들은 사실 전혀 사소한 일상이 아니다. 영화는 가장 평범한 서민의 삶을 그렸다고 말한다. 평범한 삶은 작품에서처럼 불행이 한꺼번에 찾아오지 않는다. 김동현 감독은 작품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모든 사건을 그려냄으로써 불행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춘다. ‘만찬’의 장면 전환은 느리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절제미가 돋보인다. 감독은 느림과 절제를 통해 작품 속 불행을 관조한다.
가족의 또 다른 말은 식구(食口)다. 그 의미는 ‘같은 밥을 먹는 사이’다. ‘만찬’은 그런 점에서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만찬’이라는 제목 역시 밥을 함께 먹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족의 만찬 장면은 소박하다. 어머니의 김치찌개에 소주 반주를 하는 가족의 만찬은 일상적이지만 가장 큰 행복이 함께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우리의 일상이 행복이란 걸 상징한다. 이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만찬’은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만찬’은 독립 영화로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됐다. 상영 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만찬’은 절대로 가족의 불행으로 관객의 눈물을 짜내는 영화가 아니다. 인물들을 관찰하듯이 담담한 시선은 오히려 더 서글프다.
관찰자적인 이 시선은 또한 우리가 평소에 가족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올해 설, 만찬에 참석해 소박한 일상을 나누고 싶다면 영화 ‘만찬’을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1월 23일 개봉.


/온라인편집부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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