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생즉사(必生則死) 필사즉생(必死則生).'
황창규 KT 신임 회장(사진)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첫 출근한 날 임원들에게 제시한 위기극복 처방이다.
침몰위기에 처한 KT호를 구해내 '1등 KT'를 향해 재출항하겠다는 황 회장의 결연한 각오를 엿볼 수 있는 강렬한 문구다. '필생즉사 필사즉생'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선 12척으로 왜군과 싸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열변을 토해 유명해진 문구다. 해군 장교 출신인 황 회장도 이 문구를 평소 경영철학이자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황 회장이 과거 삼성전자 사장 시절 충무공의 '필생즉사 필사즉생' 복사본을 해군사관학교에서 구해온 후 임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위기경영 의지를 다진 일화는 유명하다.
황 회장은 CEO로서 첫 출근한 28일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도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자세로 KT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한다"면서 임원들을 독려했다.
지난 27일 취임 직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한 황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KT 분당 사옥에서 새롭게 구성된 임원진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황창규식 혁신'에 가속을 붙이기 시작했다.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KT는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데다 비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KT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을 받은 만큼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회장은 솔선수범해 기준급과 성과급을 반납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그는 "비상경영 실천과 관련해 먼저 CEO가 기준급의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 역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황 회장의 올해 연봉은 2012년 KT CEO 대비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의 기준급과 성과급 자진 반납 제안에 부응해 임원들도 기준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뜻을 모았다.
CEO와 임원들의 연봉 반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인사에 따른 임원 수 축소와 더불어 약 200억원으로 예측된다.
황 회장은 KT의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계열사를 포함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권한 강화에 따른 책임경영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각 사업분야 조직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되 부문장 책임하에 주어진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라"며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결정 사항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KT는 지난 27일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후 전임 CEO 시절 외부에서 영입한 상무급 이상 핵심 임원 30여명에 대해 퇴사나 보직 해임 등 문책성 인사를 개별 통보했다. 이어 KT는 외부영입 임원 중 상무보급에 대한 인사조치도 29일 진행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정리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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