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 여론은 단연 안철수 신당 효과에 쏠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이어 안철수 신당 창당이 임박하고 3당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당과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영남과 호남 등 여야 텃밭에서조차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반면 '민생'이 표 향방의 가늠자가 되는 형국이었다. 정치쇄신과 새 정치도 좋지만 바닥을 기고 있는 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실질적 공약을 내놓을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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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새 정치 파괴력 관심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영남과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대거 포진해 특정 정당의 우세를 점치기엔 시기상조인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했지만 안철수 신당 바람이 호남 지역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는 여론이 무색할 정도로 안철수 신당 창당 효과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경기 광명시 철산동에 거주하는 김모씨(26)는 "괜히 정치얘기를 꺼냈다가 이야기가 커지는 게 싫다. 그저 투표로 권리를 행사하겠다"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철산동 아웃렛에서 설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던 강모씨는 "정치인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며 "본인에게 이로운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대해 관심도가 높았으나 정치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정치권에 혁신적인 바람을 몰고오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서울 마포구 신정동에 사는 이모씨는 "신당이 생긴다는 것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박근혜정부가 '불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현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은 국민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고 국민이 그만큼 새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거주하는 허모씨는 "안철수 의원이 학자나 사업가로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이전 세상과 정치는 전혀 다를 것"이며 "오히려 야권을 더 분열시켜 갈등만 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발전 일굴 일꾼론
부산.경남권 주민들의 올해 지자체 선거 민심은 4년 전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던 부산지역은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과 야권 후보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이었다. 부산 광안구 민락수변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강모씨(63)는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시장이 되는 게 우리도 좋지 않겠느냐"며 서병수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대학생 김모씨(23)는 "올해 오거돈 전 장관이 안철수 신당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데 이번에는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면서 "다른 사람이 후보라면 (새정치신당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경남지역은 '새누리당 공천권의 향배가 곧 도지사 자리'라는 공식이 성립할 듯했다. 창원에서 은행에 다니는 서모씨(30)는 "무소속으로 도지사에 당선됐던 김두관 전 지사가 중간에 사퇴를 하면서 실망한 사람이 많다"며 "야권에서 뒤집을 만한 인물이 없으니 이번에는 (새누리당 후보인) 홍준표냐 박완수냐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 지역도 지역발전을 위한 일꾼론이 대세를 이루면서도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경북 영주에 사는 목욕관리사 황영자씨(59)는 "원래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이전 정권과 딱히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며 "새로운 사람이 나온다면 지지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어느 특정 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그간 어느 당을 막론하고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이 실망스러웠다"면서 "정치 야욕과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진실로 국정을 논하는 참된 정당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남, 현 정부 심판론 주목
호남 민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를 토대로 한 공공분야 개혁 등 새 정부의 개혁 강공 드라이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초연금 등 일부 대선 공약 수정에 대해선 충분한 대국민 설득과 이해 과정이 결여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북 정읍시에 사는 70대 정모씨는 "집권 초기 다양한 기득권 계층의 비정상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공기업 등 분야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잘한 일"이라며 "원칙과 신뢰를 갖고 어느 한쪽으로 휩쓸리지 않는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다른 정권에 비해 도덕성이나 신뢰도 면에서 낫다"고 평가했다.
반면 광주광역시의 오모씨는 "기초연금 등 대선공약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점은 대국민 약속 뒤집기"라며 "특히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보기보다는 정쟁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불통이 자칫 독선적인 국정운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 민심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표방하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자칫 야권 분열을 우려하는 전망도 상존했다.
전북 전주 출신의 강모씨는 "최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강봉균 전 부총리 영입설이 나도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결국에는 표 계산에 불리한 야권이 연대라는 명분 아래 여당 후보에 연합전선으로 대항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경우 새 정치 표방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바람은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누구 내느냐에 따라 상당히 전북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이 호남 울타리만 믿고 정당 지지율에 대한 방심을 지속한다면 전북지역에선 고전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등 밑바닥 민심을 잡지 않으면 신당 바람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전북 순창 출신의 박모씨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결국 투표장에 가선 민주장을 찍게 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민주당이 잘하는 게 아니라 여당 실정에 대한 반대급부이다. 정당 지지율에선 안철수 신당보다도 낮다.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과 신당이 건전한 선의의 경쟁구도를 형성해 새로운 대안세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청, '정중동'속 변수 주목
선거 때마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대전.충청권 민심은 올해도 '정중동'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방선거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중장년층의 지지세가 강한 새누리당의 선전이 기대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이어 스스로를 야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의 여권 지지 기반이 두꺼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싹쓸이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건설회사에 다니는 정택문씨는 다가올 지방선거에 대해 "공약후퇴, 복지정책 후퇴 등 여당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여당 텃밭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안철수 신당 창당에 대해 "자칫하면 야권 분열로 비쳐질 수 있어 여당에서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고, 안철수 신당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새 정치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영입되는 인물들이 구시대 인사로 기존의 구태 정치와 구별되는 차별화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안철수 신당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 시장 선거구도는 지역 경기전망처럼 '안갯속'이다.
염홍철 현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누리당 진영에서 박성효 의원.이재선 전 의원을 비롯해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권선택 전 의원 외에 뚜렷한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진영에서는 선병렬 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이들 중 당선을 낙관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양희석씨(34)는 "현 시장이 출마하지 않는 이상 민심은 어느 누구를 쉽게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발전을 위한 뚜렷한 비전을 보여야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정중동 속 변화기류
강원도의 경우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현 여당인 새누리당에 몰표를 줬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어 민심은 상당히 좋지 않다. 특히 대규모 공장이나 대기업들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된 북한과의 대결구도로 인해 소비심리는 더욱 움츠려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는 강원도민들의 민심은 현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보다는 하이원리조트 사장을 지낸 최흥집 전 강원도부지사나 이광준 전 춘천시장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있었다.강릉에서 세무사를 하고 있는 최모씨(43)는 "강릉의 경우 현재 최문순 도지사보다 최흥집씨나 이광준씨에게 관심이 더 많다"며 "특히 최흥집씨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승리한 새누리당도 강원도민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패배한 민주당은 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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