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광만)는 남편의 문란한 여자관계와 음주, 폭력으로 갈등을 빚다 파탄에 이른 부부의 이혼·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 B씨(57)에게 있으므로 위자료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편에게 위자료와 별도로 8억9231만원의 재산을 아내 A씨(56)에게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의 늦은 귀가와 외박, 음주 등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아왔다”며 “이로 인해 부부갈등이 커졌지만 B씨는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아내의 의문을 없애주기보다 폭력을 행사하고 집을 나가는 등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아내의 의부증으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반박하지만 A씨에게 의부증이 있다거나 이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파탄의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A씨와 B씨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4년 후인 1981년 혼인신고를 하고 정식부부가 됐다.
결혼 당시 치과기공사로 일하던 B씨는 1984년 치과기공소를 개업해 6년여간 직접 운영했다.
B씨는 1990년 3월 치과의사 면허를 따야겠다고 결심하고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 남은 A씨는 젖먹이인 막내 아들을 비롯해 다섯 자녀의 양육을 혼자 책임졌다. 특히 남편의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와 부업을 했다.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온 남편은 그 후로도 고시원에서 2년을 더 공부해 1997년 치과의사가 됐다.
치과의사 면허를 딴 직후 집 근처에 병원을 개업한 B씨는 밤마다 술해 취해 들어오거나 외박을 일삼았다. B씨의 과도한 음주와 문란한 여자관계를 놓고 부부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B씨가 아내를 때리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상해 혐의로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폭행 1건과 상해 3건이 유죄로 인정돼 B씨는 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갈등이 커지자 B씨가 2011년 집을 나갔다. 별거상태로 지내던 중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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