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한국전쟁 때 납북된 실종자 “상속권 인정된다” 첫 판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0 11:06

수정 2014.10.29 21:06

한국전쟁 중 북한으로 끌려간 사람이 남한에서 실종 처리돼 상속권을 잃은지 수십년이 지났어도 상속 당시 생존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상속권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상 북한 주민이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을 정해놓은 별도 규정이 없는 가운데 상속권 행사 기간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본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민법상 상속권 소멸 이후 10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하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북한 주민에게는 예외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서영효 판사)는 6·25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납북돼 36년 전 실종 처리된 이모씨의 딸(45)이 탈북한 뒤 "할아버지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회복 청구소송에서 "선산 315분의 45 지분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1950년 9월 중학생이던 이씨는 납북돼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고 제적에서 말소됐다.
1961년 이씨의 아버지는 충남 연기군 선산 5만여㎡를 남기고 사망했으며 이씨가 실종선고를 받은 이듬해 1978년 땅은 어머니와 다른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그러던 중 2004년 5월 중국 연길에서 이씨가 동생들과 상봉하면서 생존을 확인하게 됐지만 남한 가족과 만난 사실이 들통나 조사를 받다 2006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씨의 딸은 이듬해 탈북해 2009년 11월 남한으로 들어왔다. 이후 이씨의 딸은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며 지난 2011년 친척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12년 5월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11조는 상속권을 침해받은 상속권자가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한 민법 999조 1항에 따라 북한 주민도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민법 999조 2항은 해당 소송을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 이내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이씨 친척들은 소송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남북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이 지난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며 "특별법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의 상속인이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정됐다고 보이며 이에 따라 10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씨가 북한에서 사망함에 따라 그곳에서 상속권을 취득한 이씨의 딸도 특례법에 의해 소송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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