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가면 공인(?)된 짝퉁 시장이 있다. 관광명소가 돼 있는 이곳 상인들은 아예 짝퉁임을 시인해 놓고 당당하게 판다. 그들이 파는 물건은 명품을 흉내 낸 짝퉁이지만 그렇다고 고객들을 속이는 것은 아니다. 짝퉁이기 때문에 짝퉁 가격만 받고 있으니까….
얼마 전 '나훈아'를 평생 흉내 내며 살아온 '너훈아'라는 사람이 죽었다. 그 역시 스스로 나훈아의 짝퉁임을 시인하면서도 '나훈아'가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진정한 가수가 되길 간절히 희망했다고 한다.
짝퉁이란 속어를 미화시키면 모방이라는 단어로 긍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세상에 진품이 존재하는 한 짝퉁 역시도 정비례해 존재한다. 몸통이 진품이라면 짝퉁은 몸통의 윤곽을 닮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그림자로서 그 존재의 역할을 벗어날 수 없고 영원히 몸통이 될 수 없듯이 짝퉁은 짝퉁의 역할로 멈추면 나름대로의 의미부여 받을 수 있으며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는 훌륭한 사명 또한 있다. 문제는 짝퉁이 진품 행세를 하겠다는 범죄적 발상과 그 실천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인격으로 봐도 짝퉁을 시인하고 파는 상인은 짝퉁은 아니지만 짝퉁을 사고 남에게 진품으로 보이겠다는 고객이 오히려 짝퉁인 것이다. 짝퉁은 명품뿐이 아니라 그 적용 범위는 너무나 넓다.
정치에도, 인격에도, 논문에도, 보석에도, 예술품에도….
우리는 짝퉁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남대문도 짝퉁이라고 보이며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세계 각국을 순화하며 전시할 때 과연 그것이 진품일까 하는 의심마저도 든다. 우리는 좋은 것을 흉내 내야 한다. '타산지석'이란 말도 있듯이 교육은 그 좋은 흉내를 의미함일 것이다. 흉내가 짝퉁이란 부정적 의미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그 '흉내의 악용'이 짝퉁이란 단어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짝퉁을 분명 싫어하고 경멸하지만 우리 역시도 일상에서 짝퉁을 닮아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함유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겠지만 18금처럼 순금은 아니다. 현실 때문에 자기 자신이 원치 않는 비굴한 가면을 쓰고 있는 상황이 그러하며 흔히 화장을 하는 경우 맨얼굴보다는 분명 가벼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고 바로 그 화장에 익숙해 '맨얼'이라는 진품의 짝퉁인지를 의식하지 못하고 그에 자신도 이미 짝퉁이라는 사실에 무감각해져 있는 것이다.
전공인이 전공인답지 않을 때도 짝퉁임은 마찬가지다. 방송 출연에 급급한 제법 잘 나가는 전공인들…. 법정 출석보다는 방송 출연에 시간을 더 많이 하는 변호사, 수술실보다는 자신의 방송 분장에 더 급급한 의사들, 논문을 조수들이 다 써주는 박사들 그리고 화가들 등등 각계에 그 부류들은 너무나 많다.
짝퉁을 가려내는 기준이 없고 애매하다고 해서 자신이 짝퉁생활임을 알면서도 아닌 척하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짝퉁 나라(國)도 있다. 분명 아시아 혈족으로 생겼고 지역적으로 아시아 권내에 있고 사용하는 글이 아시아의 문자건만 자신들은 더 이상 아시아임을 부정하며 유럽으로 편입된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국시(國是)처럼 실천해대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의 짝퉁 나라가 있으며 그 짝퉁성은 명치유신서부터 지금까지 멈출 줄 모른다.
일본인 ABE의 경우도 ABE의 짝퉁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난다. ABE라고 하는 영어 스펠은 분명 에이브러햄 링컨의 애칭 '에이브'이건만 이것이 같은 스펠로 '아베'라고 갑자기 뒤바뀐다. 젊어서 미국에서 공부한 아베는 자신의 스펠이 '에이브'라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링컨과 아베가 동명이인이라면 참 요절복통이다.
그 인류 사랑의 상징 '링컨'이 민족 이기적 상징 '아베'로, 노예 해방의 상징 '링컨'이 성노예 합법성의 '아베'로 말이다. ABE…아베는 인류 사랑의 마인드와 닮아 있는 에이브 링컨의 짝퉁이 아닌 링컨과 닮아 있는 '짝꿍'이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적어도 일국의, 그것도 강대국의 지도자는 자국민의 이득에 연연하는 민족적 정치가가 아닌 인류 사랑의 총체적 교육자의 신분이 우선돼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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