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덕수는 이제 막 연극 무대에 올라섰다. 무대 위에서는 금발 가발을 쓴 말괄량이 캐서린이 되는 장덕수는 무대 아래에서는 그저 연기를 하고 싶은 20대 청년이 된다,
그가 처음부터 연기자의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는 태권도 선수였다. 태권도 4단의 장덕수는 전국대회 우승 경력도 있다.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면서도 본인이 연기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장덕수는 군대에서 ‘연기’를 만났다.
“군대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장기자랑으로 연극을 했어요. 1등 하면 포상 휴가도 받고 그러니까 그게 욕심났죠. 마침 후임 중에 연극하던 친구도 있었고. 그래서 4명을 모아서 즉흥극을 했었는데 그 때 처음 느꼈어요. 연기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그래서 전역 후 연기를 해보자 싶었죠.”
전역 후 그는 독립영화 스태프로 참여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29초 영화제 출품작 ‘형아’에서 그는 주연과 편집을 모두 맡았다. 이어 독립장편영화 ‘사다리’에서는 단역으로 돌아가 편집에 더 신경 썼다.
“직접 편집을 해보니까 제 연기의 문제점이 보이더라고요. 고쳐야 할 점, 보완해야 할 점이 눈에 딱딱 보이는데 정말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특히 신체에 대한 기억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독립영화 특성상 똑같은 장면을 한 대의 카메라로 여러 각도에서 촬영을 하잖아요. 그런데 제 눈에도 샷마다 제가 똑같지 않은 게 보이니까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 후 장덕수는 혼자 연기 공부를 계속했다.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다. 그러다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만났다. 아무래도 여장을 하고 출연하는 만큼 거부감도 없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기뻤어요. 어떤 모습이든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거웠거든요. 오히려 요즘 더 힘든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여성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래도 정말 재미있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관객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관객이 참여하는 연극이다. 참여 관객에 따라 매일 디테일이 달라지는 공연인 만큼 공연 중 해프닝도 많았다.
“하루는 관객 중에 아버님 한분을 무대로 모시려고 했는데 절대로 안 나오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공연은 해야 되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배우들이 관객석에 가서 연기를 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올해로 스물일곱이 된 장덕수는 남들보다 다소 늦게 연기 데뷔를 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찌 보면 늦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을 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은 일찍 적성을 찾아 빛을 발한 것뿐이니까요. 저는 이제 적성을 찾았으니 한 우물을 꾸준히 파다보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배우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더 싶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그런 장점이 있어요.”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온 것을 꼽기도 했다.
“저만의 장점을 꾸준히 발견해 나가는 것이 숙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몸은 잘 쓰지 않을까요? 아크로바틱도 배운 적 있고요. 이런 점을 부각 시킨다면 좀 더 특색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덕수는 이제 겨우 배우로써 한발을 내딛었다. 아직은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그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공감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다양한 모습의 배우 장덕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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