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경남)=강재웅 기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한 번, 내부에 적용된 최첨단 신기술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을 우리 손과 기술로 건조한다는 데 가슴 뿌듯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경상남도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만8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마리보머스크 호' 건조가 한창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정의 90%를 완료해 막바지 정리와 시운전만을 남겨둔 상태로 다음달 31일 발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갑판에 오르자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웅장함이 느껴졌다. 지상 30m 높이에 갑판 면적은 축구장 4개 크기다. 선미에서부터 선후까지 끝없이 이어진 컨테이너 적재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 길이는 400m, 폭은 60m에 이른다. 갑판 밑으로도 컨테이너를 담을 수 있도록 깊게 파여 있었다. 갑판 곳곳에는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맡은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운영1팀 선박CM 1그룹 이준태 대리는 "선미부터 선후까지 24개 공간으로 나눠 기존 컨테이너선보다 적재공간을 늘렸다"며 "선박 바닥에서부터 컨테이너를 최대 20개 층으로 쌓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가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컨테이너(길이가 6m, 높이가 2.5m기준)를 일렬로 쌓으면 그 높이는 45㎞가 넘는다고 한다. 에베레스트산(8848m) 5개를 합친 높이와 맞먹는 양이다.
위풍당당한 외관 외에도 세계 최대의 최첨단 선박이란 명성에 어울리게 내부에는 신기술들이 집약돼 있었다.
우선 엔진부터 다르다. 기존 선박과 달리 이 배엔 엔진이 2개다. 세계 최대 적재량을 감당하면서도 제속도를 낼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인 것이다. 이 상태로 최대 23노트(시속 42.5㎞)의 속력을 낼 수 있다.
2개의 엔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증기는 선박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일반 선박들이 추가로 발전설비를 가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경제성과 효율성 외에도 선박평형수 등 친환경성 등의 신기술 적용 부분이 많다 보니 세계 최초로 경제성,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성 3요소를 모두 만족시킨 '트리플-E급'이라는 명성도 얻었다. 여러 연료절감장치를 적용한 결과 약 22%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배의 하루 연료 소비량을 226t으로 적용할 경우 약 50t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1년 내내 운항할 경우 연간 약 1만8250t, 금액으로 110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 대리는 "최초로 도입되는 신기술 적용 부분이 수십가지에 달해 그만큼 검사 항목이 많다"며 "특히 선주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높아 시운전 기간도 일반 선박의 3배에 달하는 3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에서 가장 높은 10층에 있는 운항실에 도착하자 전자장비를 테스트하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운항실에서 옥포조선소를 내려다보니 조선소내에 빼곡히 들어찬 다른 선박들이 눈 아래에 있었다. 또 한번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만수 구조설계팀 전무는 "갑판 위에서부터 컨테이너를 10단으로 쌓으면 웬만한 선박들은 운항실에서 바다를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이 선박은 운항실을 높여도 될 만큼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철판 강재에서부터 용접과 절단 작업 등 10개월에 걸쳐 탄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 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자부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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