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삼성전자 위조 매출채권 대출’ 수사 확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4 17:11

수정 2014.10.29 14:20

최근 가짜 매출채권을 이용한 대출사고가 잇따라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이 위조돼 범행에 쓰인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24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자본금 없이 회사를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남모씨 등 디지텍시스템스 전직 임원 3명을 최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빌린 돈으로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남씨 등이 사채업자와 공모해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회계 담당자가 회삿돈 160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회계 담당자와 공모해 횡령한 돈을 메우는 과정에서 매출채권을 위조해 대출사기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씨티은행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해 180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았다며 이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면서 한국씨티은행에 가짜 매출채권을 양도하고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채권은 상품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아직 받지 못한 어음 등을 말한다.

이 회사는 선적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해 가짜 매출채권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은 매출채권을 위조해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지난 6일 KT ens의 부장급 직원 김모씨가 10여개 금융회사에서 3000억원대의 부당 대출을 받은 범행 수법과 비슷하다. 다만 협력업체가 KT ens 직원과 공모해 대출사기를 벌인 반면 디지텍시스템스는 삼성전자 중국법인 등에 납품하는 매출채권의 일부를 위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는 공장 등을 담보로 잡히고 다른 은행에서도 1000억원가량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

검찰은 공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은 정상적인 대출로 문제될 게 없지만 은행들이 삼성전자 납품업체라는 사실만 믿고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토대로 이들의 횡령 혐의와 한국씨티은행의 매출채권 대출사기 등 두 사건의 연관성을 우선 확인한 뒤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불법 대출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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