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해법…크림 러에 환원 ‘평화적 분리’ 수순?

뉴스1

입력 2014.02.28 20:22

수정 2014.10.29 09:10

우크라 해법…크림 러에 환원 ‘평화적 분리’ 수순?


세계열강의 전통적 각축장인 크림반도가 또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친러시아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한 우크라이나의 노골적인 친유럽 행보에 발끈한 러시아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러시아계가 다수인 크림 주민들이 ‘결사반대’의 항쟁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때문이다.

특히 크림은 러시아에게 떼래야 뗄 수없는 특수 관계지이다. 주민 혈통뿐 아니라 역사 문화적으로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에 가깝고 세바스토폴에는 러시아의 유일한 남방진출기지인 흑해 함대 모항이 위치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등 서방국들의 염려는 커진다. 우크라이나내 친유럽·친러시아간 동서대립이 자칫 이전의 냉전을 부르며 미-러간 충돌로 번질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양대 군사대국간 충돌이 불러올 파국적 결과에 비춰 그 가능성은 오히려 크지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략적 관측이다. 다만 국지적 내전의 발발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 또한 양 진영의 대리전이라는 분석속에 장기화시 세계 정치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한동안 줄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협상의 여지도 보인다.

아무리 특수관계이지만 엄연한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은 러시아가 평소 시리아, 이란 등에 써온 ‘내정 불간섭’이라는 자신들의 주장과 정면배치되는 것이다. 또 1994년 미국, 영국 등과 맺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도 위배된다. 우크라이나가 소련붕괴 후 자국 영토내에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대신 영토와 자주권을 보호받는다는 양해 사항이 주내용이다.

친유럽성향의 우크라이나 정부라도 러시아는 무시할 수 없는 이웃국가이다. 천연가스 에너지의 주공급자이자 농업국가인 우크라이나 산물의 최대소비지이다.

이에따라 총칼을 든 대치보다는 협상을 통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기대가 나온다. 이 경우 친러시아계 다수지역의 러시아 환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지역은 원래 러시아 영토였으나 소련시기인 1954년 니키타 후루시초프 당시 서기장이 상호 우호의 상징으로 우크라이나측에 양도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아직 예측 불허이다. 조그만 불꽃 하나가 추가적인 사태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팽팽한 순간이다. 긴박히 돌아가는 크림사태를 짚어본다.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 친러계 총리 선출

크림 공화국 의회는 27일(현지시간) 비상총회에서 공화국의 지위 강화에 관한 주민투표를 연방 대통령 조기 대선이 예정된 오는 5월 25일 동시에 치르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의회 의원 100명 가운데 64명이 참석한 가운데 61명이 이에 찬성했다.

이날 앞서 의회는 아나톨리 모길례프 총리가 이끌어왔던 공화국 내각을 퇴진시키고 친러 성향 정당 ‘러시아 단합당’ 소속 의원 세르게이 악세노프를 새 총리로 뽑았다. 64명 가운데 55명이 기존 내각 사퇴에 투표했다. 기존에 대통령 권한 대행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임명했었다.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인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공화국 의회 의장은 이날 비디오 성명을 통해 “그들(연방정부)은 우리를 분리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서 벗어나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회는 크림 공화국에서 유일한 합법적 기관이다”고 말했다.

이날 의회 총회는 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반대하는 친러계 주민들로 추정되는 10여명의 무장세력에 의해 주정부청사와 주의사당이 점거당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투표 후 의사당 건물에서 나와 주민투표는 크림 공화국에 “정부 기능을 부여할 것”이라며 재정, 과세, 재산권, 투자 결정에서 보다 많은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의사당 밖에선 수백명의 친러계 주민들이 모여서 의회의 결정에 환호했고, 의사당 내부에는 러시아 깃발이 펄럭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무장세력은 크림 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 있는 공항도 점거했다.

크림 반도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러시아의 일부로 통치됐으며 1954년에 우크라이나로 편입됐다. 소련 붕괴 이후에 법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가 됐지만 주민들 절반 이상은 자신을 러시아인으로 여기고 있다. 분리 독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질 때마다 우크라이나와 모스크바 사이에는 긴장이 고조됐다.

인구 구성은 우크라이나계가 24%, 러시아계가 58%, 타타르계가 12%이다. 이슬람을 기반으로 하는 타타르계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침략자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1944년에 스탈린 정권에 의해 크림 반도로 추방됐다가 최근 고향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 무력시위...연방 의회 선출 총리, 불인정

크림 반도에서는 지난 26일 러시아가 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서부 국경지대에서 전투태세를 발령하고 비상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이미 긴장이 고조됐다. 특히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은 병력을 배치하지 말 것을 미국이 요청한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연방 대통령 권한대행은 흑해함대 병력을 허가받은 지역 이외에 이동시키지 말 것을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허가없이는 기지 외부로 군사설비나 군함을 이동시킬 수 없다. 소련 시절에 부동항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흑해에 함대가 배치됐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하자 러시아는 조약을 체결해 병력을 그대로 두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 법률은 러시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에서 군사 작전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2008년 그루지아가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을 공격했을 때에 자국민 보호를 빌미로 그루지아를 공격한 바 있어 우크라이나는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영사관은 크림반도 안에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갈등이 증폭되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공언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모두가 한발 물러나서 어떤 종류의 도발도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아르세네 야체뉵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을 약속했다. 야체뉵 총리는 연방 의회가 표결을 통해 친러계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한 뒤에 임명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퇴진한 뒤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충돌?

푸틴 대통령은 야체뉵 내각을 합법적인 정권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개입하게 되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시위대가 크림 공화국 내의 분리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크림 자치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아 일부 공화국 주민들이 방위군을 조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스브부크대학의 게르하트트 만고트 교수는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크림반도 내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간에 충돌이 벌어지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투입되고 이후 러시아가 군가 개입하는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하지만 “군사적 충돌은 러시아가 EU 및 미국과 맺고 있는 관계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더욱 악화되면 러시아는 천연가스 저가공급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차관 지원 약속을 백지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EU와 관계 개선을 막기 위해 천연가스 공급 가격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는 갈등의 심화보다는 봉합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명학한 흐름은 연방 대통령 조기 대선이 예정된 오는 5월 25일 이후에 가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에는 크림 자치국 주민투표도 함께 열린다.
연방 선거에서 친서방 후보가 힘을 얻는 만큼이나 크림 반도에선 분리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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