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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즈프롬, 우크라에 천연가스 공급가격 올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5 15:55

수정 2014.10.29 06:55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그룹인 가스프롬이 다음달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올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칼을 빼드는 대신 경제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스스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금을 지불해야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다음달부터는 천연가스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프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가스대금 체불액은 이달초 기준 15억2900만달러에 이르며 2월분까지 합산하면 20억달러에 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같은 가스롬의 조치가 단순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보복조치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회견에서 그간 우크라이나가 가스프롬의 채무를 갚지 못했다며 "가스프롬의 이같은 방침은 상업적으로 당연한 조치이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공급가 인상 조치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경제적 압박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할인 서비스는 앞서 러시아 정부가 빅토르 야뉴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긴밀한 연대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당근 패키지' 가운데 일부였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유럽연합(EU)과의 협정을 취소하는 조건으로 150억달러규모의 구제금융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할인 서비스를 제공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친러시아 성향의 야뉴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러시아 구제금융 집행은 중단됐고 러시아는 3개월마다 천연가스 가격을 재협상 하기로 못박았다.

이에 따라 FT는 가스프롬의 이번 조치가 어떻게든 우크라이나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가가 오를 경우 안 그래도 취약한 우크라이나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스프롬이 천연가스 공급 사업에 대한 할인 서비스를 중단함에 따라 그간 1000㎥당 268.5달러에 공급됐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400달러로 급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연간 에너지 총수요 가운데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의 이유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채무를 해소하려면 채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7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디폴트(국가 파산)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약 40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외환보유액은 8년만에 최저 수준인 150억달러에 불과하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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