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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네덜란드·독일 순방] 드레스덴大 연설서 ‘통일대박론’ 실천적 구상 발표 주목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3 17:18

수정 2014.10.29 01:59

1964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 서독 방문과 2014년의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독일 국빈방문은 역사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공산주의 국가인 동독과 대치하면서도 경제번영을 일궈낸 서독은 현재는 통일돼 유럽 경제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해 거대한 유럽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의 경우 한강의 기적을 발판으로 경제적 볼륨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지도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입지가 더욱 강화된 상황에서 이제는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재도약을 꿈꾸며 '한반도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은 1960~1970년대 빈곤국가인 한국 경제의 부흥을 위해 서독의 경제번영을, 50년이 지난 현재 딸인 박 대통령은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독일의 통일경제를 배운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다.

■50년 관통하는 화두 '통일·경제'

1964년 서독 방문길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열린 환송행사장에는 서독 정부가 보내준 국빈용 항공기 한 대가 대기 중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달러도 안되는 빈국이었고 대통령 전용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독 방문을 통해 서독 경제가 부흥한 직접적 요인이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중소기업 등 기간산업 육성' '시장경제 확산'에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서독 방문 이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철강회사 건립, 수출 확대 정책 등 주요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데 주력했다. 공산주의 국가의 위협을 극복하려면 경제 번영이 필요했던 만큼 라인강의 기적으로 경제건설과 번영을 이룩한 서독의 발전상을 샅샅이 배워야겠다는 것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강한 의지였다.

본~쾰른을 관통하는 자동차 전용고속도로이자 독일 경제부흥의 상징인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한국경제발전의 축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구상했고, 지멘스 사 공장을 시찰한 뒤 제철회사 설립을 마음먹기도 했다. 서독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의 실상을 본 뒤 1965년부터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매달 한번씩 개최, 적극적인 수출 장려정책을 폈다. 이 수출진흥확대회의는 박근혜정부에선 무역투자진흥회의로 우리나라 수출과 투자 정책을 총괄하는 대표적인 회의체로 자리잡았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독 방문일정은 주로 공산주의 세력과의 대치속에서 일궈낸 경제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서독 경제부흥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에르하르트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담보가 필요없는 재정 차관을 받아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각국과의 '세일즈 외교'로 한 단계 더욱 진화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독일방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05명의 경제사절단을 동행시킨다. 이 중에 71명은 중소기업인이다. 독일이 '히든챔피언'(유망중소기업)의 천국인 만큼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에 독일 중소기업의 풍부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1960~1970년대 미국보다 실질적인 경제지원을 더 많이 받은 독일과의 관계 정립과 관련, 과거 시혜적 관계에서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호혜적 동반자적 관계로 격상될 수 있는 인프라 협력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히든챔피언과 우리 기업 간 활발한 교류를 위해 '히든 챔피언 포럼'도 개최한다. 박 전 대통령이 기술과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고려해 과학문명의 본산인 베를린 공과대학을 방문했고,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구 동독지역의 대표적 종합대학이자 독일 5대 명문 공대 중 하나인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연설을 한다.

■독일에서 한반도 통일 해법 찾는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통일대박론'의 실천적 구상을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서 밝힐지도 주목거리다. 구 동독지역 도시로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됐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 독일의 대표적인 경제 및 문화중심지로 탈바꿈한 드레스덴에서 통일대박론의 구체적인 방향타를 제시할 경우 한반도 통일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통일 결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준비위원회'가 앞으로 정치, 제도, 문화 분야 등에서 실질적인 통합과정에 대한 연구를 할 예정인 만큼 각 분야별로 남북간 이질성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통일준비 인력'을 적극 양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갖고 양국간 실질협력 증진, 통일협력,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며 앞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시찰하고 베를린 시청을 방문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4년 서독 방문 당시 베를린 시청을 방문, 연설을 통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시찰, 동독지역을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응시한 뒤 "나는 오늘 동 베를린을 통해 북한을 보았다"며 서독의 평화와 자유 의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또 양국간 사회통합, 경제통합 및 국제협력 등 각 분야별로 관련부처와 주요 기관간 다면적인 통일협력체계 구축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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