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與 서울시장 경선 경보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31 17:10

수정 2014.10.29 00:36

[오풍연 칼럼] 與 서울시장 경선 경보음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권 대항마는 누가 될까.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울시장 최종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노이즈 마케팅에다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데는 그만한 공격 소재도 흔치 않기 때문일 터. 앞서 경선 룰을 놓고도 한바탕 내홍을 겪었다. 김 전 총리 측이 강력히 반발했다.

정 의원과 양자 대결을 원했던 김 전 총리에겐 불리한 구도. 친박(親朴)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터라 같은 친박계인 이 최고위원과 표를 나눠가지면 경선에서 그만큼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김 전 총리가 '컷오프' 결과 등에 반발해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행히 경선에 복귀하긴 했지만 득보다 실이 클 것 같다. 비교적 신선한 이미지의 김 전 총리인데 일반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활동 재개의 변도 명쾌하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저를 견제하려는 선발 후보들의 언행은 경선 참여가 옳은지 회의를 하게 했다. 인간에 대한 신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칩거 배경을 설명했다. 마음이 많이 상했다는 얘기다.

사실 당 지도부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보등록 기간 연장, 컷오프 방식 등을 결정하면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결과적으로 김 전 총리는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특혜를 기대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만 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정 의원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김 전 총리 측으로선 제대로 한 방을 맞은 셈이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 감사원장도 지냈지만 정치 초년병이다. 정 의원은 당내 최다선인 7선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 간 빅딜설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 의원의 지역구(동작을)를 이 최고위원이 물려받고, 이 최고위원이 경선에서 친박계 당협위원장의 표를 정 의원에게 몰아주려 한다는 게 빅딜설의 요체다. 의심을 살 만한 근거가 있긴 하다. 서초가 지역구였던 이 최고위원이 올 초 주민등록 주소지를 동작구로 옮겼다고 한다. 왜 그리로 옮겼는지는 이 최고위원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야당도 호재를 만난 듯 이를 공격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 간 '빅딜설'의 실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장이 어떤 자리길래 전직 총리까지 선거전에 뛰어들까. 일단 당선되면 바로 거물 정치인으로 급부상한다. 지금까지 32명의 서울시장 중 대통령이 된 사람은 윤보선·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서울시장은 총리보다 격이 낮지만 영향력은 훨씬 크다. 1995년 이후 민선시장 5명(조순·고건·이명박·오세훈·박원순)은 당선과 함께 대선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3명의 국무총리가 '격'을 낮춰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결과는 1승 2패.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한 고건 전 총리만 당선됐다. 정원식·한명숙 전 총리는 고배를 마셨다.

서울시장의 전신은 한성판윤. 조선시대 관직이다. 지금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장관급 예우를 받지만 예전에도 그랬다. 조선왕조 515년 동안 한성판윤(정2품)은 1133명으로 1930대를 이어갔다.

6·4 지방선거에 당선되면 36대 서울시장, 1966대 한성판윤이 되는 것이다. 명재상으로 칭송받는 황희(40대), '오성과 한음'으로 알려진 이덕형(314대), 암행어사 박문수(792대), 의학자이자 국어학자인 지석영(1879대)도 한성판윤 출신이다.

최종 본선에 앞서 여권 예비후보끼리 너무 힘을 쓰면 본선 경쟁력도 약해진다. 정교한 필승 전략을 짜야 하지 않겠는가.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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