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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4 09:01

수정 2014.10.28 23:56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최근 언론을 통해 '소록도 봉사활동'으로 화제가 된 박준뷰티랩 박준 원장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동안 그의 근황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데다, 최근 밝혀진 봉사도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한 이외의 장소였기 때문.

1년 전 갑작스런 사건으로 주변을 정리한 채 어디론가 떠났던 박준. 그는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로 떠나 아픔을 함께했고, 처음 그의 등장에 서먹해하던 이들도 이제는 그를 '머리 아저씨'라고 부르며 현지 방문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가 됐다.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소록도에서 만나는 그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그래서 나름 뭔가 치유를 하고 싶었다. 묵묵히 지내온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내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며 인터뷰에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박준 원장은 집요한 질문에 "봉사처럼 숭고한 것이 없다. 평생 봉사를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미용대통령'에서 이제는 '소록도 이발 아저씨'로 변신한 박준원장의 '소록도 봉사 기행'을 살짝 소개한다.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따뜻한 봄날, 소록도 한센인 마을이 시끄럽다. 1년여 동안 소록도를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헤어디자이너 박준(본명 박남식) 원장이 가위를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한센병 환자들과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나누곤 이내 가위질을 시작했다. "머리가 많이 기셨네요" "요즘은 건강이 좋아졌어요" "할아버지. 요즘 날씨가 좋아졌으니 집에서 나와 운동을 하세요".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민들은 미소로 화답한다.

10분쯤 지났을까? 휠체어를 탄 한 중년남성 환자가 박준 원장을 보자 반가워하며 커트를 부탁한다. 박 원장은 남성 환자의 머리를 바로 커트해주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커트 순간 그는 유명 헤어디자이너가 아니다. 그저 우리들에게 소외된 한센병 환자들의 머리를 만지고, 함께 웃는 평범한 헤어디자이너다. 이 같은 사실은 미용업계에선 모두가 아는 사실. 그래서인지 헤어용품 전문 업체 일진 코스메틱도 다양한 제품을 기증, 그의 가위질을 도왔다.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이곳에서 박준 원장의 직함은 '소록도 봉사자'다. 소록도에는 매주 20~30여명의 봉사자들이 있다. 박준 원장 역시 평범한 봉사자일 따름이다.

봉사자들 역시 박준 원장을 보면 '엄지손가락'을 지켜들어 그를 맞는다. 봉사자들은 오랜만에 재회한 박준 원장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반갑게 맞이했다. 봉사자들과 함께 담소를 나눈 박준 원장. 그는 이곳 봉사팀장과도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마주했다.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소록도병원과 소록도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신 서무과장은 박준 씨에 대해 "박준 원장님처럼 장기간 오는 사람이 없다. 처음에 원장님을 만났는데 일주일간 온다고 하더라. 얼마나 갈까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 하고 온다. 그래서 고흥의 관내 주민들하고도 친해졌다"고 첫인상을 밝혔다.

이어 그는 "처음에 본명을 써서 몰랐다. 세월이 지나고 알게 됐는데 환자들이 줄을 선다. 지난해 3월 처음 와서 두 달 동안 상주한 뒤 매월 한 번씩 왔다”며 “지금 온다고 하면 모두 기다린다. 왕의 손이다. 저 손이 어떻게 이들을 만져주겠나. 아마 40~50명씩 이발을 해주고 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취재 결과 그는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오직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과 미용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2013년 4월부터 5월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성지순례, 7월 비달사순 교육 수료, 11월 트렌드 촬영, 12월 러시아 세미나, 그리고 매월 찾는 소록도 봉사활동이 그의 발자취다.

"전 취재를 원치 않아요. 그냥 혼자 합니다. 하지만 굳이 한마디 한다면 꼭 함께 봉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박준 원장이 '봉사에 임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말이다. 그는 봉사 다음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난다.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새벽 4시부터 한센병 환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기저귀를 갈고, 몸을 닦아준다. 청소를 하기도 한다. 그가 한센인들의 머리를 만지는 것은 그 이후다.
하루에 30여명.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인물 줌인]‘박준뷰티랩’ 박준, 소록도에 피는 봉사의 꽃

지난 시간을 뒤로하며 소록도 한센병 환우들을 매달 만나는 박준 원장. 그는 이들과 함께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이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또 다른 희망의 길이 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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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최현호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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